Page 76 - 2023서울고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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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언제든지 걸어갈 수 있는 집들이 있다.


             어느 집 커피가 더 맛이 있을까? 직접 다 마셔보진 못했어도 옆집 아저씨의 도

           움을 받고, 삼촌과 조카가 올려놓은 블로그 내용을 보면서 서너군 데를 가본다.
           물론 카페를 갈 때는 아내 손을 꼭 잡고 간다. 우리나이에는 그래야 한다. 왜냐하
           면 찾아가다가 길을 잃거나 혹은 나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덕소역 근처, 덕소삼거리 정류장에서 옛날 재래시장을 구경하면서 전철이 다

           니는 굴다리를 지나 진도아파트 길로 우회전한다. 100미터쯤 걸어가면 강변이
           나오고, 또 다른 아파트 현대 홈타운과 삼익이 있는 바로 앞에 블랙드롭 커피가
           있다. 오전에 이용하면 50% 할인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 비가 내릴 때는 심각

           한 듯 표정을 지으며 마시고, 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석양이 길게 내리거든 옛 추
           억을 생각하며 피식 웃어보아도 좋다. 맛을 더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알칼리이
           온수를 사용하여 커피를 내린다며 정수기 3대를 설치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면에 윤보영 시인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라며 글이 보인다. 커피숍
           주인의 생각을 대신 말하는 것 같다.




             좋은 사람 (윤보영)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
             나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좋다.

             나는, 커피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더 좋다.

             그러나 가장 좋은 사람은 나랑 함께

             커피를 마시자고 하는 사람이다.





             “나랑 같이 커피 마실 사람, 손 높이 들어요”라며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76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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