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교화연구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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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나 참외, 수박, 호박 등과 같이 나                   료인데, 도요토미히데요시는 마시멜
              무가 아닌 줄기를 통해 열매 맺는 식                     로우색 같은 조선백자에 매료되어 전

              물을 모두 말합니다. 그래서  ‘과瓜’자                   쟁을 일으켰다고 하여,  ‘임진왜란壬
              는 덩굴과 열매가 매달린 모습으로 그                     辰倭亂’은  ‘도자전쟁陶瓷戰爭’이라는

              려졌습니다.                                   별칭이 붙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조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                      선朝鮮의 백자白瓷는 단아하고 간결

              李下不整冠’으로 의심받을 행동을 삼                      한 멋스러움을 한껏 뽐내며  ‘공검미
              가라는 뜻의 속담으로 잘 알려져 있습                     恭儉美’라는 유학정신儒學情神을 담

              니다.                                      아내고 있습니다.



                ‘기와 와瓦’는 기와를 구울 때 사용                    <예기禮記> 유행편儒行篇에는  ‘훼
              하는 기와 형틀을 말하는 것입니다.                      방이와합毁方而瓦合’을 이렇게 해석

                ‘시루 증甑’과  ‘도자 자瓷’에 보입                  하고 있습니다.
              니다. 우리는 흔히  ‘도자기’라고 한꺼                    “선비가  널리  배우기를  한없이  하

              번에 싸잡아 말하지만  ‘도기陶器’와                     며,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게으
              ‘자기瓷器’는 엄연히 다릅니다. 이렇                     르지  않으며,  조용히  살아도  음탕하

              게 혼란스럽게 된 데에는 일제의 무단                     지 않으며, 위로 통하되 피곤하지 않
              통치를 겪으면서 그릇되게 학습된 결                      게  하며,  예의로서  행동하되  조화로

              과로 남아있는 흔적입니다. 도기陶器                      움을  귀하게  여깁니다.  충의와  신의
              는 질그릇이고, 자기瓷器는 사기그릇                      의 아름다움에 편안하고 한가하게 지

              입니다. 도기를 굽는 사람은 도공陶工                     내는 법도가 있으며, 어진 사람을 들
              이고, 사기그릇을 짓는 사람은 사기장                     추어내고  대중을  포용하며,  헐어서

              沙器匠입니다. 사기막골은 사기장들                       방정함을  삼고  합하여  둥글게  하니
              이 모여서 일하는 곳입니다.                          그  너그럽고  여유로움이  이와  같은

                오늘날의 여주와 이천은 왕실의 사                     사람도 있습니다.
              옹원司饔院의 분원分院이 있던 곳입                          儒有博學而不窮하며 篤行而不倦하

              니다. 도자를 생산하려면 질 좋은 흙                     며 幽居而不淫하며 上通而不困하며
              과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를 구하기 용                     禮之以和爲貴라 忠信之美에 優游之

              이해야 합니다.                                 法이며 擧賢而容衆하며 毁方而瓦合
                특히 자기는 우윳빛 고령토가 주재                     하나니 其寬裕 有如此者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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