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교화연구 202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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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너무 많이 묻었거든요. 역으로 생각하면 그래서 어른들이 시를 더 잘 못 쓸 수도 있어요. 어린
               이의 호기심으로 사물과 상황을 바라보면서 경험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재발견하는 거잖아

               요. 나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해야 하고 재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를
               잘 쓰는 노하우는 어린아이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말하자면 어린아이 되기예요. 이건 온

               전히 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Q.  남들이 내 글을 읽으며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마음에 글쓰기가 쉽지 않은데 글을 잘 쓰려면 어떻

                  게 해야 하나요?

               시도 매일 매일 써야 하듯이 글을 잘 쓰려면 계속 쓰는 수밖에 없어요. 프랑스의 문예 비평가이자
               철학자인 롤랑 바르트의 저서 『텍스트의 즐거움(저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에서 저자가 생물
               학적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글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 그 글로부터 영원히 추방되어 죽어

               야 되는 것. 즉 저자 없는 시대의 글쓰기, 저자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것, 문학의 익명성인 것이지요.
               작품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새로운 타인(독자)이지 저자가 아니라는 얘기에요. 우리가
               작품을 논할 때 작품, 작가, 독자의 3종세트로 같이 얘기하거든요. 우리는 흔히 ‘글쓰기는 내 생각

               을 쓴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품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저자가 아니라, 언제
               나 독자의 몫이고 새로운 해석이 펼쳐질 공간을 만들어 주고 기존의 억압이나 질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저자인 셈이겠지요. 작가가 주제와 의미를 생각하고 쓴다고 생각

               하지만 결국은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생각이 다 다르고 다양하게 읽힐 수 있잖아요. 나는 이 대목
               을 이렇게 읽고 해석했다고 한다면 그러면 그게 틀린 게 아니라 다르게 생각한다는 다양성을 열어

               두는 거잖아요. 잘 쓰는 비결은 없고 많이 쓰는 수밖에 없어요.
               자꾸 써라.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고 써라. 왜냐하면 말은 생각하지 않아도 할 수 있지만 글은 생각
               하지 않으면 한 줄도 쓸 수 없기 때문이죠. 글을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성찰하게 되고 통

               찰하는 과정에서 자기 치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소리내어 읽으면서
               다시 글을 다듬는 퇴고의 과정을 거치는 거예요. 그 과정을 반복하면 글은 빛을 발할 거예요.





               Q. 책 또는 시집을 고르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우선 시집이나 책을 고를 때 신문에 나온 서평이나 리뷰를 읽어봐요.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
               하면서 출판사를 봐요. 모든 책을 고를 때 기준은 얼마나 믿을 만 하고 사회적 공신력이 있는 출판
               사인가와 편집자입니다. 특히 출판사가 많지만 시집 같은 경우의 예를 들자면 창비, 문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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