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오산문화 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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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사 이야기






           반면 지리에 밝은 우리 군중들은 주재소 앞을 피해 이 골목                      마련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평화적인
           저 골목을 누비면서 만세를 불렀다. 이렇듯 오산의 거사는 낮                     시위를 하기로 하였다. 주재소 앞에서
           에 유진홍·안낙순 두 동지가 얻어맞은 대가로는 빚어진 큰 수                     당신들이 막지만 않았으면 우리는 독

           확이었다. 여러 곳을 습격을 당하고도 왜경들이 제대로 진압                      립과 자유를 부르다가 해산했을 것이
           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다. 당신들은 병 주고 약주고 하는 식
           오산의 3·1거사를 계기로 수원경찰은 만세운동진압에 새 강                      으로 우리를 다뤄왔다.”

           경책을 쓰는 전기를 만들었다. 사강, 발안, 조암은 그로부터 5                   “그래도 야간의 폭력행위는 어떤 사전
           일후에 일어난 거사지만, 이미 이때는 위급할 때는 살상을 감                     음모가 있었던 게 아니냐.”
           행해서라도 시위를 저지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뒤였다.                          “전연 없다. 당신들이 우리형님 두 분
           그 후에 각 면에서 발생한 3·1봉기에 우리의 고귀한 생명을 앗                   을 두둘겨 팼으니 그분풀이로 화를 부
           아간 것은 오산의 시위가 격렬했기 때문에 복수의 본보기를                       른 것이다. 우리는 체면과 명예를 중

           왜경들이 서슴없이 자행한 것이다.                                    히 여기는 사람들이다. 당신네 우두머
           오산 사건이 가라앉은 다음날부터 예외 없이 토색전이 벌어졌                      리에게 불경한 언사를 썼다고 해보자.
           다. 왜경들은 각 부락까지 샅샅이 뒤져 젊은이란 젊은이는 모                     그것만 가지고도 몇 일 동안 유치장에

           조리 연행하여 떡 패듯 두둘겼다. 주모자 9명의 행방을 대라                     썩힐 것이 아니냐.”
           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이나 이 짓이 계속됐으니 이젠 부락어                     “그래도 어떤 앙심이 있었으니까 평소
           귀에 왜경만 들이닥쳐도 숨고, 산으로 도망쳤다. 그동안 검거                     엔 얼씬도 못하던 곳까지 습격을 한 것
           되어 매를 맞고 풀려나온 사람만도 3백여 명이 넘었다.                        이 아니냐.”
           신출귀몰 바람같이 사라진 주모자 9명은 연루자들의 시달림                       “거두절미하자, 동기유발은 우리 형님

           을 보다 못해 눈물로써 자수를 했다. 그리고 저네들이 괴수로                     두 분을 두둘긴 데에 감정이 폭발한
           꼽은 사람이 이성구이다.                                         것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너는 어쩌자고 순박한 양민들을 충동하여 오산 바닥을 휩쓸                      데 하물며 제나라의 독립과 자유를 찾

           게 했느냐.”                                               겠다는 우리들 거사에 동의는 못할망
           “충동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시위를 벌이니 민족의 울분에                    정 왜 그 지도자에게 손을 댓느냐 말
           서 따라 나선 것이다. 어느 나라 백성이고 그 나름대로 나라                     이다. 내가 당신들 앞에 죄인으로 섰지
           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그러니 충동 충동 하지                     만 도리어 사과를 받아야 하겠다.”
           마라. 다만 내가 신명을 걸고 앞장섰을 뿐이다.”                           이성구의 뱃장은 이렇게 두둑했다. 하

           “네 놈은 주재소와 대치할 때부터 어떤 저의가 있었던 게 아                     고 싶은 말을 목에 칼이 떨어져도 하고
           니냐. 그렇지 않고서는 우체국, 면장 집 양민의 집까지 습격한                    야마는 그의 성미였다.
           이유가 무엇이냐?‘

           “사람의 감정은 우발적으로 폭발하며 경우에 따라선 커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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