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오산문화 67호
P. 28
향토사 이야기
식으로 통화가 되었을 뿐이다. 하루에 20~30 통화가 고작이 넣은 돌자루이다.
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때라고 생각한 일단은 문을 박차고 교환실로 뛰어들었다. 복 4.친일면장의 가증할 행장
면은 하고 각목을 들었으니 강도로 보였을 것이다. 교환원은
손을 번쩍 쳐들고 와들와들 떤다. 돈도 보화도 없으니 떨 것도 일인 집 십여 채의 창문이 박살이 났
없겠지만 생명이 앗기는 줄 알고 두 다리마져 휘청거린다. 힘 다. 그러더니 집안으로 무수히 돌덩이
께나 쓰는 두 젊은이가 달려들어 결박을 한다. 이어서 각선의 를 날렸다. 일행은 지체하지 않고 후미
코드를 모조리 뽑고 송화대와 수화기를 뜯는다. 자석과 부품 진 곳에 후퇴를 한다. 불과 3~4초의
을 들어내고 빈 쇠상자로 만들었다. 와작와작 부셨다가는 인근 순간적인 행동이다. 일인들은 모두가
에 들릴까봐 조심조심 기지를 모두 발휘했다. 참으로 싱거운 습 엽총을 휴대하고 있을 때이다. 수렵 총
격이다. 마치 공작기의 해체작업과 같았다. 왜경의 혈맥의 통신 도 되고 호신용도 되었다. 집주인이 그
망은 이래서 이튼 날 새벽까지 완전히 마비가 됐다. 엽총을 난사할 것으로 판단, 돌 세례
그도 그럴 것이 우체국의 교환실을 수라장으로 만든 행동대 로 일격을 가하고 숨자는 계획이다.
는 철수할 때 교환원을 납치했다가 두어 시간 후에 풀어줬다. 한참동안그쪽의 반응을 살핀다. 아무
교환원은 직장인 우체국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 런 대항도 없다. 환하게 밝았던 집안
가 끙끙 앓고 있으니 자초지종을 알 수 없을 뿐더러 기계수 전등이 일제히 꺼지더니 쥐 죽은 듯
리가 당장 어려워 새벽까지도 수원본서와의 연락이 두절됐던 조용하다. 이따금 대낮에도 저희 집
것이다. 창문에다 총구를 쑥 내밀고 전선주에
난생 처음 남의 집 기물을 파괴한 행동대는 야릇한 용기를 얻 앉은 참새 때를 겨냥하는 무례를 저지
었다. 누워서 떡먹기 같이 수월하기도 하고 무엇이던 거치는 른 자들인데 참으로 이상했다. 약삭빠
게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른 젊은이 둘이 난장이 걸음으로 뒷문
“가자! 이번엔 일인 집으로 가서 행동대를 지원하자.” 쪽에 다가가서 안을 엿본다. 그림자라
이들은 한숨에 두 조로 나누어 일인 집과 면장 집으로 달려갔 곤 없었다. 되돌아와서 집안의 상황을
다. 그때 일인 집 공격조는 어둡고 후미진 곳에 흩어져 앉아서 이야기하니 일제히 큰 쇠로 외친다.
우체국의 습격 결과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왜놈들 나오거라! 요절을 내겠다.”
우체국이 파괴돼야 통신이 끊길 터인즉 그때까지 일인 집 부 이렇게 아무리 외쳐도 대꾸가 없다. 그
근에서 숨었다가 습격한다는 사전타협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러니 일인 집 습격도 싱겁게 끝났다.
우체국조가 목적을 달성하고 달려왔으니 마음 놓고 일인 집으 돌팔매가 시작되면 바로 사나운 일인
로 습격할 때는 익은 것이다. 의 응사가 분명히 있을 것을 짐작하여
20여명의 검은 그림자가 살금살금 기다시피 하여 일인 집으로 두더지 작전을 쓴 것인데 대꾸 없는 싸
다가간다. 모두들 자루를 메었다. 주먹만큼 한 돌덩이를 가득 움은 의미가 없었다. 이럴 바에야 처음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