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오산문화 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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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VOL. 67  osan culture







              그는 오늘저녁이 있다는 말을 두 번이나 되풀이 하고 큰 소리                     의 매 값을 백배로 보상받자.” 누군가
              로 외쳤다. 불끈 쥔 그의 두 주먹은 하늘에 불쑥 솟아 무엇인                    가 소리치니 모두가 “그렇다, 가자.”하
              가를 암시했다.                                              고 동료했다.

              흥분한 군중들은 여전히 아우성이다.                                   이러자 이성구, 안낙순이 앞으로 나선
              “저 놈들에게 혼꾸녕을 내주어야 한다. 얼마나 우리가 수모를                     다.
              당했는가.”                                                “여러분의 노여운 기분은 잘 알고 있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왜놈들을 욕한다. 세가 크니 주재소를                       소. 내가 아까 여러분을 제지할 때 오

              습격하는 자는 노성이 충천한다.                                     늘 저녁이 있다고 암시를 했소. 형님의
              일촉즉발의 위급한 사태이다. 이성구 등 앞에선 동지들이 손                      이런 몰골사나운 자욱을 보고 제일 분
              을 저어 극구 만류했다. 아무래도 백주의 충돌은 피해야 하겠                     한게 이 사람 이성구요. 그러나 대낮에
              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왜경과 대치판 시위대 선                     그들과 맡붙었다가는 손해를 보는 게
              두는 머리를 돌려 우시장 쪽으로 행진하며 만세를 부른다. 그                     이쪽이요. 저놈들은 총기를 마구 휘두

              러나 그것은 맥이 빠진 시위였다. 군중들은 뒤 따라오면서 분                     를터인데 이마박으로 바윗돌에 박치기
              통을 터트린다. 시가지를 일주해야 직성이 풀릴 터인데 왜경들                     하는 꼴이 되는 것이요. 우리 아홉 사
              몇 놈의 저지 때문에 당초의 계획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람은 이미 각오한바가 있으니 한 몸이

              우시장을 떠날 때의 충천했던 기세는 사라지고 허뜨러진 행렬                      갈기갈기 찢어진들 개의치 않겠지만,
              로 분노만이 각자의 가슴속에서 솟구쳤다. 이성구와 그 동지                      애매한 군중들이 희생을 당하는 것은
              들도 이번 시위는 실패작으로 시인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격                     원치를 않소,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서
              렬하게 벌릴 이날저녁의 시위를 구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후퇴를 한 것이요.”』
                                                                    설득력이 강한 이성구이다. 즉흥적으

              2. 수탈의 첫 신호 『토지조사령』                                   로 나온 언변은 명연설로 변하여 저녁
                                                                    의 거사 계획을 다 털어 놓으니 “그러
              “여보 이성구동지, 그렇게 흔들흔들 해가지고 어떻게 독립을                      면 그렇지, 이번에 아주 앙가픔을 해

              한다는 게요.”                                              야지.”하고 다시 흥분들을 한다.
              “안낙순 형님, 우리가 그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얼마나 놈들에                     우시장 옆의 널따란 목노집, 파장 뒤의
              게 학대를 받았는데 이게 무슨 꼴입니까.”                               목노집이니 썰렁하다. 마음대로 퍼마시
              “쇠뿔은 당장에 빼야하는데 시내도 돌지 못하고 도중하차가                       고 떠들어 대기는 안성맞춤이다.

              되었으니 이게 무슨 꼴입니까.”                                     이성구 일행 9명과 동네에서 벼르고
              이성구 일행은 우시장에 돌아오자마자 오늘을 별러서 나온 인                      나온 50여명이 거나하게 술기분을 돋
              근 농촌청년들에게 성토를 받는다.                                    군다. 술이란 마시면 천하를 얻는 기분
              “면장 놈과 주재소 왜인 몇 놈을 박살을 내야한다. 우리 형님                    도 되고 만사가 한줌이 이루어지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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