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오산문화 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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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사 이야기






           터이니 큰일이다.                                             만용을 부리는 습성을 십이분 발휘한
           총독정치는 먼발치의 변방은 마구잡이로 다뤘지만 도시주변                        것이다.
           말하자면 입김이 센 곳에는 선정을 베푸는 듯 아양을 떨었다.                     이들이 끌려간 지 십여 분이 지나도

           그러니 성호면은 녹두 밭머리가 아닌 일종의 문화권으로 한수                      풀려나지 않자 바깥에서는 아우성이
           를 놔준 혜택을 받아온 고장이다.                                    다. 이젠 만세시위가 사람을 내어놓으
           그러니 왜경들의 저지는 필사적이다. 행진 대열의 앞을 장애물                     라는 함성으로 변했다. 이 함성에 왜
           로 막고 총검을 드리  대어 대치상태에 빠졌다. 성호시가지는                     경 오오끼는 바깥으로 나와서 대표자

           여러 골목이 뻗쳐서 샛길로 돌아서 비켜나갈 수도 있다. 뱃심                     와 타협을 짓고자 제의한다. 동지들이
           좋은 이성구 등 젊은이들이다. 숫적으로도 1천여 명의 후속대                     납치된 채 시위는 어렵다. 이성구, 김경
           열이 뒤에서 함성을 올리고 있다. 체면상 비켜서 전진할 수도                     도가 주재소 안으로 들어갔다.
           없고, 그 경우 군중들의 사기 저하도 고려해야했다.                          “저안에 있는 두 사람을 내어줄테이니
           그러니 통과냐 저지냐의 승강일 수밖에. 이때 오오끼등 왜경                      시위를 중지하시오.”

           세 명이 안낙순과 유진홍을 날쎄게 나꿔채어 주재소 안으로                       오오끼의 이 말에 이성구가 선뜻 응락
           끌고 들어갔다. 두 사람이 나이도 많고 하니 설득이 가능하다                     을 했다. 이성구의 생각으로는 우선 사
           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람을 건지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이윽

           “해산하라고 권고하는데 왜 듣지않소.”                                 고 두 사람이 풀려나왔다. 그런데 다
           “우리 길을 우리가 걷겠다는데 무례하게 총을 들이대여 막을                      리를 절고 눈언저리가 시커멓게 멍이
           수가 있느냐.”                                              들어 있었다.
           “그것은 당신들이 독립만세를 부르며 폭동을 일으키려고 하니                      시위 대열중의 누군가가 “우리 형님들
           까 그렇다. 당신들은 이미 10년 전에 합방 당했는데 무슨 뚱딴                   이 왜경에게 얻어맞았다 하는 소리가

           지같은 짓들이냐.”                                            터졌다. 이때 여기저기서 주재소를 쳐
           “우리가 자주 독립을 달라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한 행위이다.                     부수자!”는 소리가 아우성쳤다.
           합방 합방하는데 그것은 너희들의 일방적인 강제로 당한 것이                      사태가 돌변하자 이성구가 재치 있게

           니 인정할 수 없다.”                                          앞으로 나서서 만류한다. 당장 마음
           이 말이 미쳐 떨어지기도 전에 안낙순, 유진홍 두 명은 눈에서                    같아서는 이 많은 군중으로 주재소를
           번갯불이 번쩍 났다. 왜경 세 명이 처음엔 면상을 갈기더니 매                    쳐부수기는 누워서 떡먹기겠지만 살
           질을 시작한 것이다.                                           상을 감수해야 한다. 백주에 총을 든
           유순하게 들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강경하여 일은 그른 것으                       자와 맨주먹인자와 싸움은 뻔한 노릇

           로 간주한 모양이다.                                           이다.
           그 보다도 외부와 단절된 주재소 안이니 그들의 세상이었다.                      “여러분 고정하시오. 내일도 있고 모래
           간교한 그들은 강자 앞에선 오금을 못쓰지만 약한자 앞에선                       도 있소. 오늘저녁이 또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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