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2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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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셰계화에 한걸음 다가간다. 작품 「을화」는                 집 靑鹿集》에 수록되어 있다. 조지훈의 <완
                      노벨문학상수상 후보에까지 오른다.                        화삼(玩花衫)>에 화답한 시로 그 앞에 “술익

                        박목월시인은 1915년 출생. 본명은 박영종                는 강마을의 저녁놀이여”라는 <완화삼>의 일
                      이다. 1939년 『문장』지에 「산그늘」, 「가을 어스            절을 부제로 달고 있다. 그리고 이 시에서 표
                      름」 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한다. 1946년                현법의 특이성은 구마다 ‘나그네’ ‘삼백리’ ‘저

                      에는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집을 발간함                  녁놀’과 같이 명사로 끊고 있는 점이다.
                      으로서 청록파 시인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또한 작자는 말하기를 이 시의 주제적 모티
                      된다. 자연, 향토적 서정민요가락으로 정지용                  프는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에 있다

                      으로부터 북에는 소월, 남에는 목월이 있다는                  는 것이다. 그 제목이 다 주제적 모티프가 되
                      칭호도 듣게 된다. 목월의 대표적 초기 시는                  는 ‘나그네’는 바람과 함께 떠도는 절망과 체

                      「청노루」 「윤사월」 「나그네」 「산도화」 등이며,              념의 모습이기도 하다. 고향을 떠나 낯선 땅
                      이 작품들은 『청록집』 『산도화』 등에 실려 있                을 떠도는, 무엇인가 송두리째 잃은 듯한 상
                      는데, 현실적인 삶과 가정을 소재로 한 중기                  실감으로 허전해진 모습을 ‘나그네’에서 상

                      시는 『난·기타』 『청담』 등에 수록되어 있다.                기할 수가 있다. 이 시는 《청록집》에 수록된
                      그의 후기 시는 역사적 현실과 존재의 문제,                  모든 작품에 통하는 그의 정신의 전우주(全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사념적 관념성으로                    宇宙) 같은 느낌이라고 스스로 밝혔듯이 민

                      변화하기 시작한다. 『경상도 가랑잎』 『사력질』                요적인 가락과 같은 향토색, 그 음악적 효음
                      등에서 그러한 특질이 단적으로 나타난다. 향                  과 감각이 잘 조화되어 ‘남(南)의 목월(木月)’
                      토적 서정시인으로 칭송받고 있다.                        이란 정지용으로부터 찬사를 받을 만큼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낭만
                      나그네                                       시의 최고의 것”이라고 한 어느 논자의 말과

                                                                같이 향토적 자연에 동화된 곱고 아름다운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가락으로 이루어진 서정시이다.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朴木月)의 시. 1946년에 지은 5연

                      10행의 단형시이다. 작자의 초기작으로 조지
                      훈(趙芝薰)·박두진(朴斗鎭)과 함께 낸 《청록                 동리목월문학관 앞에서 기념촬영. 사진 차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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