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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나이 먹은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었지. 이 양반이 논에 와서 물꼬만 트면 비가 온다는 거예 51
요. 천기를 다 보신 거야. 구비전승
이 어른은 축지법을 쓰셨다고 하더라고. 그 전에는 왜 미신을 주로 믿었잖아? 주위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양반은 귀신이 움직이는 것이 다 보인다는 거예요. 누가 아프면 굿을 하잖아요? 그래 이 · 민속
양반을 찾아오면, 올 줄 알았다고, 왜 왔는지 안다고 그랬다는 거예요. 어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 경기도당굿과
양반의 처방은 독경을 읽는 거라고 그랬지.
옛날에 어떤 분이 이 도사양반하고 도를 닦는 내기를 하는데 깜빡 잠이든 사이에 이 도사양반이 사
라지고 없더래. 경신(庚申)일 마다 졸지 않고 여섯 번의 경신일을 넘기면 도사가 된다는데 같이 도를
경기재인청
닦자는 분이 깜빡 졸은 사이에 사라졌다는 거예요.”
누읍동에서도 비범한 어른의 이야기가 채록되었는데 그 신통함이 양산동의 도통한 할아버지의 이 / 성씨
야기와 많이 닮아있다. 이렇듯 마을에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던 어른이 계셨다는 것이 마을사람들에 · 인물
게 큰 자부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당말의 부자들이 망한 이유
옛날, 당말과 우촌말 사이에는 숲밖에라 불리던 숲이 있었다. 그 당시, 당말은 부자가 많았고 우촌
말은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경부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숲밖에의 숲이 없어지면서 두 마을
이 반대의 입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 원인을 어른들은 숲이 없어진 데에서 기인된 것이라 믿고 있었다.
“성호 중학교쯤에서 보시면 알아요. 나무가 이렇게 삼태기처럼 되어 있다고요. 역말로 해서 이렇게
숲이 있잖아요. 고소도로가 나기 전에 숲이 울창했어요. 참나무가 이렇게 굵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죽어서 그 밑둥만 남아 있을 거예요. 그 전에는 왕도토리 따고 먹기도 하고 그랬잖아요. 지금은 둥치
만 있을 거예요. 동네 옛날 3대 부자들이 아주 싹 망했어요. 집도 절도 없이 완전히 망했어요.
그 옛날 노인네들이 그러더라고, 이 숲이 없어져서 그렇다고, 또 내가 듣기로는 우촌말 사람들이
당말로 품앗이를 하러 오면, 여기가 부자동네니까 자기 생일날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그러더라고. 근
데 지금은 거꾸로 되고 있죠. 우촌말이 지금은 부자가 많고, 옛날에 가난하던 사람들이 부자가 됐고.
여기(당말)도 옛날에 가난했던 사람은 부자가 되고, 부자였던 사람은 가난해졌죠.”
어른들은 운명이 자연지형의 변화에 의해 결정 또는 변경된다고 하는 생각이 절대적으로 의식을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산을 허물거나 나무를 베는 일을 금기시 하였다. 구전되고 있는 설
화들은 이러한 우리 민족의 의식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욕심쟁이 구두쇠를 망하게 하는 징치의 방법
이 바로 이러한 의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산봉우리를 낮추어라, 그러면 더욱 큰 부자가
될 것이다.”라는 비방이 그것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산봉우리를 낮추기 위하여 재물을 쏟아 붓다가
끝내 망해버리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