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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섰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면화이삭을 줍다보니 그만 날이 저물고 말았다.
그래 어디 아무데라도 하룻밤 의지할 곳을 찾게 되었다. 어느 곳에 이르니 그 집에서 너무도 반갑
게 맞아주는 것이었다. 집주인은 평소에 쓰지 않던 방에 불을 때주고는 여기서 쉬고 가라고 친절을
베풀었다. 그런데 친절하여도 너무 친절하였다.
일행 중에 한 분이 주인집의 지나친 친절이 이상도 하여 한숨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 한 12시쯤이
되었을까? 집주인 부부의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 되었다.”, “잘 되었죠?”하면서 칼을 가는 소
리도 들렸다. 또 부엌에서 솥에다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 너무나 이상하고 무
서워서 옆에 자고 있던 일행을 깨웠다. 종일 돌아다닌 탓에 깊이 잠이든 일행은 좀처럼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러자 일행을 꼬집으면서 간신히 깨워서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이대로 있으면 큰일을 당하겠구나 싶어서 또 옆에서 자고 있는 벙어리 아줌마를 깨웠다. 그런데 워
낙 피곤한 탓에다 듣지도 못하는 형편이라 비틀고 꼬집고 하였지만 일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이
러다가는 전부다 변을 당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여 하는 수 없이 벙어리 아줌마를 남겨둔 채 뒷문을
열고 뒷동산으로 마냥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산길을 달리다 보니 날이 밝아오는데 어디선가 산 너머에서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들리자 더 정신없이 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밤새 산길을 헤매며 달리니 어느
새 동네 사랑방을 가니까 노인들이 사랑방에 불을 켜두고 담배를 피우고 이야기를 하고 그러는 것이
었다. 그래 문을 두드리면서 “제발 사람 좀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하였다. 노인들은 어서 사랑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그래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까, 그 사람들은 문둥이인데 사람의 간을 먹으면 낳는
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뒤 벙어리 아줌마의 집을 찾았다. 그러고는 아들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면서 어머니를
못 데리고 와서 죽을죄를 지었다고 그렇게 하니 두 아들은 거기가 어딘지 앞장을 세웠다. 그래 두 아
들이 자신들을 죽일 것 같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벙어리 아줌마를 두고 온 일행은 그곳까지 다시 가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다시 문둥이들의 집을 찾으니 이미 벙어리 아줌마를 죽여서 생간을 내어먹었고 시체
는 잿간에 묻어두었더란다. 그리고 사람의 고기는 포를 떠서 널어놓았던 것이었다. 두 아들은 문둥이
들을 죽이고 시체를 쓸어 묻고는 그 집에 그냥 불을 지르고는 왔다는 것이다.
(5) 축지법을 쓰시던 도사 할아버지
오산시사
양산동 큰말에는 옛날에 도사 할아버지가 사셨다고 전한다. 이 분은 축지법을 쓸뿐만이 아니라, 자
신을 찾아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오는지를 다 미리 알고 있을 정도로 도가 통한 분이었
제 다고 전한다.
6
권
“진짜 도통한 도사 할아버지가 살았어. 이 근방에서 천리 까지 다 아셨어. 우리 자랄 적에 보면 뭘
50 조금만 잘해도 도사라는 말을 쓰잖아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진짜 학문을 닦아서 도통한 도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