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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운암들의 전설                                                                                   53

                    아주 오랜 옛날에는 오산천에 제방이 없어 장마만 지면 물이 범람하여 농사에 막대한 피해가 있었                                          구비전승
                  다. 그러나 제방을 쌓을 수 있는 능력이 없어 고민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길을 지나던 과객이 금암리

                  어느 진사의 집에서 식객 노릇을 하게 되었는데, 과객은 구척 장신에 힘이 장사였다고 한다. 범상치                                          · 민속

                  않은 인물임을 알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더니, 과객이 며칠 동안을 무위도식하며 지내다 하루                                          · 경기도당굿과
                  는 진사에게 신세를 많이 졌으니 도와드릴 일이 없냐고 물어 진사가 오산천 범람에 대해 말하니 과객
                  은 딱한 사정을 듣고는 내가 제방을 쌓아 줄테니 몇월 며칠 보름날까지 큰 가래를 하나 준비하고, 통

                  돼지 일곱 마리와 술 일곱 동이를 준비해 달라고 하더란다. 진사는 어이가 없었으나 과객의 인물됨                                             경기재인청

                  이 보통 이상이라 사람을 시켜 수원 광교산에서 큰 물푸레 나무를 하나 베고, 수원의 대장간에서 큰
                  가래삽을 만들어 소로 끌고 오산으로 왔다. 드디어 약속한 날짜에 과객이 하루 종일 낮잠을 자고는
                  저녁에 일어나 진사에게 말하기를 내가 지금부터 일을 시작하니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여 아무도 밖                                             /  성씨

                  에 나오지 말아달라고 이른다. 진사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조는 하였으나 너무 궁금하여 마을 주민들                                           · 인물

                  과 몰래 숨어서 과객의 하는 짓을 보니 과객은 그 큰 가래를 한 손으로 들고는 오산천에서 일을 하는
                  데 개천의 바닥의 흙과 모래를 떠서는 왼쪽에 쌓고, 또 떠서는 오른쪽에 쌓으니 순식간에 제방이 되
                  더란다. 한참을 그렇게 일을 하더니 통돼지 한 마리를 먹고는 술 한 동이를 마시고 이런 식으로 제방

                  을 쌓는데 새벽이 되어 동이 틀 무렵에는 오산천의 제방이 다 쌓였다고 한다. 밤새 숨어서 구경을 하

                  던 진사와 마을 사람들은 피곤하여 새벽에 집으로 들어가 잠을 자고 일어나니 오산천의 제방은 완성
                  되어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더란다. 한편, 과객은 밤새도록 오산천의 제방을 쌓는 일을 마치니 동
                  녘에 붉은 해가 떠올라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음을 알고 진사에게 떠나겠노라 인사를 드리니 진사를

                  비롯한 주민들이 사례를 하고자 하였으나 사절하고 유유히 한양을 향해 길을 떠났다고 한다. 그 때까

                  지 그 과객의 이름을 모르던 주민들은 과객에게 이름을 물었으나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과객이 오산
                  을 떠나 한양을 향해 화성시 동탄면 미륵뎅이를 지난 영천리로 가다가 길 가운데 나무 두 그루가 있
                  어 체격이 크고 몸집이 좋은 과객을 가로막자 돌아가지 않고 나무를 뿌리째 뽑아 놓고는 그 나무에

                  운암발목(雲岩拔木)이라 써놓아 주민들이 그때서야 그 과객의 이름이 운암인 줄 알게 되었고 그에 대

                  한 고마운 마음에 그때부터 오산천변의 들을 운암들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9) 꽃가마의 전설

                    오랜 옛날 가마뫼(현 부산동) 마을에 지체 높은 대갓집이 있었는데 주인이 인심이 후덕해서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 대갓집에는 마음씨가 착하고 얼굴이 아름다운 미모의 무남독녀 외동딸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갑

                  자기 병이 들어 용하다는 의원들을 찾고 여러 가지 약을 썼으나 백약이 무효하여 대갓집 내외의 근심
                  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할 수 없어 대갓집 마님이 무봉산 만의사에 찾아가 백일 기도를 드리게 되
                  었다. 마님이 백일 기도를 끝내고 집에 돌아온 날 밤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현몽하기를 “네 정성이 갸

                  륵하여 이르노니 산 너머 마을 뒷산 중턱에 신비한 샘이 있으니 그 곳을 찾아가 샘을 마시고 샘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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