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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솥뚜껑을 붙잡고서 “들어가는 재주만 있고 나오는 재주는 없느냐?”그러면 밖에서 도깨비가
‘껄껄’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 때 솥뚜껑을 잡으면 ‘쏙’ 빠진다.
그리고 도깨비는 12가지 재주를 부리는데 그 가운데서도 상여소리를 또 기가 막히게 잘 한다고 전
한다. 민요와 놀이편에서 다시 소개를 하겠지만 이 지역출신인 유금산(77세) 어른의 상여소리는 필자
가 이제까지 들어본 어느 상여소리보다 구슬프고 아름답다. 어쩌면 이 마을에서 도깨비들이 불렀다
는 그 상여소리와 맥이 닿는지도 모를 일이다.
(10) 우촌의 도깨비 이야기
유독 우촌에서 도깨비이야기가 많이 채록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도 있다.
“장에 갔다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오다 도깨비에 홀리면 날 새고 정신 차리면 웅덩이래요. (웅덩이)
무너지지 말라고 말뚝을 세우잖아요. 그게 오래 되면 변한대요. 그래서 도깨비 홀려서 돌아다닌다는
거예요.”
“우리 영감은 무봉산(만의사가 있는 산) 저 꼭대기서 홀려서 밤새 다니다가 옷이 다 찢어져서 왔어
요.”
“나도 한 번 그랬어. 길이 환해서 가는데 가다 보니까 갈곶리여. 가서 물어보니까 갈곶리래요.” “여
기 도깨비 홀린 사람들 많아요. 오토바이 타고서 저 수원까지 갔다 온 사람도 있고 그래요. 예전에 도
깨비 없다는 소리 못해요. 확실히 있어요.”
(11) 도깨비 이야기
제보자는 소경이다. 마을에서 목살을 잡고 부정을 풀어주는 역할을 담당하셨던 어른이다. 제보자
께서 경험하신 도깨비관련 설화를 구술하여 주셨다.
예전에는 집을 지으려고 하면 집을 짓는 동안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오늘날의 여관과 같은 숙박
업소가 없었던 것이다. 그 시절 제보자의 큰집에서 집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여 마을의 양
학당에서 기거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마을 두레패들의 장구나 풍물 같은 것과 상여 등을 놓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특히 날이 궂으려는 밤이면 어디선가 뚱땅거리는 소리가 났다. 미닫이문이 덜덜덜 흔들리
고 누군가 뚱땅뚱땅하고 노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그래 “이거 뭐냐? 하고 소리를 지르고 문을
오산시사
확 열면 조용해지는 것이다.
또 마을의 옛날 방앗간자리에 새로 집을 짓고 세간을 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도 도깨비가 나타났
제 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 냅다 창에다 뭐를 팍팍 끼얹는 것이었다. 막 뭔가 후두둑 후두둑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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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문을 열면서 “빨리 불 켜라, 이게 뭐냐?”고 소리를 치니까 잠잠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고는
밖을 나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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