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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오리골의 여자 몇 명이서 밤에 뽕을 따러 갔다. 길거리에 심어진 뽕나무인데 주인이 있어도
                  따가지 않는 뽕밭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주인이 있는 뽕나무라 낮에는 따기가 어려워 밤을 이용하여

                  따곤 하였다.
                    여자 몇 명이서 한창 뽕을 따고 있는데 냇가에 횃불을 내려놓고 허옇게 한 서넛이 맴을 돌고 있었

                  다. 한 사람이 “저게 무슨 불이야? 사람들이 있는가 보다?” 이렇게 하니까, 다른 사람이 “저게 무슨
                  사람 불이야, 도깨비불이지. 그러니 도망가자.”했다. 거기 뽕밭이 언덕이 졌는데 도깨비들이 올지 모

                  른다고 낮은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어디서 징과 장구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징장, 징장...’ 소리가 났다. 그러니까 도깨비들이

                  불을 들고 징, 장구를 치면서 굿을 하고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진등’에서도 보았다는 도깨비 이야기다. ‘진등’이란 외삼미 입구에서 세교동으로 들
                  어오는 사거리쯤인 것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여기서 ‘진등’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니 유엔

                  군 초전비가 있는 쪽으로 길게 뻗은 등성이라고 하여 ‘기인 등’이라는 의미의 어휘가 구개음화를 일으
                  키면서 ‘진등’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라 판단된다. ‘진등’이라는 지명은 화성시 봉담읍에도 전하고 있는

                  데 필자가 쓴 『화성시 구비전승 및 민속자료』 봉담읍 편에서 그 어원과 유래를 다룬 바 있다. 오산시
                  와 화성시의 ‘진등’을 비교하건데 길다는 의미에서의 ‘진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여긴다.

                    참고로 이곳(외삼미동와 세교동이 갈라지는 사거리)에서는 그 옛날, 광대들이 와서 재주를 넘고 하
                  면서 공연을 하던 곳이라고도 전하여진다. 그렇게 볼 때에 오리골의 도깨비들이 징, 장구소리가 나는

                  곳으로 구경을 가는 것을 보았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또 전하는 도깨비 이야기가 있다. 조꼬지(지곶동)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있는데 이곳에 서낭이 있었
                  다고 전한다. 도깨비를 본 것은 아니지만 제보자가 무엇 때문인가 이 고개를 넘어가다가 겪은 일이라

                  고 한다. 고개를 넘어가는 데 그냥 담배연기가 자욱하더란다. 코에 담배 연기 냄새가 물씬 들어오는
                  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제보자는 이것이 바로 도깨비의 짓이라고 믿고 있었다.




                    (7) 최촌말(오리골) 도깨비 장난

                    세교동에는 최촌말, 홍촌말, 원촌말이 있다. 최촌말은 일명 오리골로 불리는데 다음의 이야기는 오
                  리골에 전하는 것이다.
      오산시사

                    오리골에 최 씨 성을 가진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 집터가 도깨비들의 집이었다. 밤만 되면 도깨비


      제           가 ‘왈가닥, 덜거덕’하는 소리 때문에 잠을 청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다락에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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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그릇이 그냥 밖에 다 내려와 있곤 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솥단지에 뚜껑이 솥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지만 도깨비들이 장난을 치면

     44           솥뚜껑이 솥 안으로 들어가 있곤 하였다. 그러면 주인은 모른 체하고 그냥 두면 또 이튿날 뚜껑을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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