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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보자의 형님들도 호랑이를 보았다고 한다. 여름철인데 비가 와서 논에 수문을 열어놓았었 39
다. 그래 제보자의 두 형은 논의 수문을 막으러 밤중에 논으로 향하였다. 예전에는 그 논 근처에 국수 구비전승
버섯이 잔디처럼 쫙 깔려있던 곳이 있었는데 바로 그 쪽에 논이 있었다. 그런데 보니까 호랑이가 버
들강아지 나무 밑에서 후루룩 털면서 일어나더란다. 그래 두 형은 ‘걸음아 날 살려라’하면서 도망을 · 민속
왔다는 것이다. · 경기도당굿과
이렇게 독산에서 호랑이가 출몰하였던 것은 7~80년 전이다. 왜정 때 일본인들이 철저하게 나무
를 보호하였고 하여 그때만 해도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 서 있었다고 제보자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재인청
8·15해방이 되면서 감시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마구잡이로 벌목되었다. 주로 서울사람들이 땔감으
로 벌목을 하였다고 하며 그 뒤로도 다시 나무가 자랐지만 이때는 송충이가 많아 또 나무가 없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 성씨
한편 필자가 이 근처의 마을을 답사하면서 들은 바로는 인근의 사람들이 집 지을 목재를 구하기 위 · 인물
하여 현재의 융·건릉 등의 소나무를 벌목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인들이 패망하면서 우리나라를
떠나갈 때에 나무를 베어 실어갔다고도 전한다.
(12) 여우한테 홀린 이야기
탑동에서 구렁이 관련 설화를 질문하였더니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초가집에 구렁이
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구렁이가 들면 좋은 집이 있고, 나쁜 집이 있는데 집안에 우환이 있으려면
이 구렁이가 나와서 돌아다닌다. 그러면 왜 몸을 인간의 눈에 띄게 하시느냐고 얼른 들어가시라고 하
면 또 얼른 들어가곤 하였다.”고 한다면서 여우에게 홀렸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는 여우한테 한 번 홀린 적은 있지. 피난을 가는데 충청도 예산군 있지. 거기를 가는데 겨울 난
리에 눈이 그렇게 쌓인 거야. 우리 집안을 찾아 가는데 내 친구애가 또 거기 있더라고. 친구가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갔지. 갈 때는 갔다고, 근데 온다고 나왔는데 밤새 홀린 거야. 별 데를 다 끌고 가
데. 그냥 아무것도 안 뵈여. 이집도 끌고 갔다, 저 집도 끌고 갔다. 나중에는 거기는 웅덩이에서 물을
퍼다 먹어. 나를 그 큰 웅덩이로 데리고 가더라고, 내 눈에 그게 뵈는데, 들여다보니까 물인데 거기서
또 얼리고 딴 데로 데리고 다니는 거야. 어디로 끌고 갔는데 어느 집에서 아가씨가 누군데 여기로 왔
냐고 그래. 피난 와서 친구한테 갔다 이렇게 왔는데 집을 못 찾겠다고 그러니까, 나도 박씨고 그 집이
박씨여. 집에 찾아 가야지 왜 돌아다니느냐고, 아마 새벽 두 시 까지는 돌아다니다가 간신히 집에 들
어갔다고.”(박옥현, 여, 77세)
도깨비이야기나 여우에게 홀린 이야기의 경험자들은 주로 남성이다. 그만큼 남자들이 밖에서 활동
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탑동의 박옥현 할머니께 여우에게 홀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