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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여우에게 홀린 이야기
두곡동 큰말여울에서 채록된 이야기다.
술 먹은 사람이 여우에게 홀려서 밤새도록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채록되는 이야기
다. 이러한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다음의 이야기는 이 마을 옛 어른들이 겪으셨다는
이야기다.
마을의 어떤 사람이 화성시 정남면 덕절리 상갓집에 갔다 오다가 밤새도록 이슬 치고 돌아다녔다
고 한다. 밤새 앞길이 훤해서 그 길을 따라가면, 여우가 꼬리에 물을 묻혀 가지고 와서 얼굴에 뿌리고
하였다. 그렇게 하면 밤새도록 여우의 뒤만 쫓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밤새 가도 가도 집은 안 나오고
날이 샐 때까지 그렇게 여우의 뒤만 쫓아다녀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기할 점은 금암동의 개호주와 여우, 호랑이와 싸워 주인을 구한 소, 여자로 둔갑한 구렁
이, 구렁이로 태어난 개, 구렁이로 환생한 개와 같이 하나의 동물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다. 동물설화 가운데 “여자로 둔갑한 구렁이”이야기를 제외하면 호랑이[개호주]와 여우, 호랑이와
소, 구렁이와 개 등 동물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동물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또한 많
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구렁이의 이야기는 3편이 모두 둔갑을 한다는 내용으로 전하고 있다. 이는 구렁이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구렁이가 매우 신령스러운 짐승이며 그러하므로 함부로 하여서는 안된다고
하는 구렁이에 대한 민중적 인식이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하겠다.
또한 “호랑이와 싸워 주인을 구한 소, 충성스런 개”와 같이 인간에게 소와 개가 얼마나 긴요한 동물
인지를 확인시키는 이야기가 전한다는 점은 한국인이 소와 개에 대하여 갖고 있는 전통적이고 민족
적인 정서와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호랑이가 길을 밝혀준 효자”는 호랑이가 영물이며 특히나 효자들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고
효자를 돕는 신령스러운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화성시 동탄지역에 전하는 “효자 박
장철”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그 격이 같다고 하겠다.
오산시에 전하는 동물관련 설화는 동물과 동물의 관계 속에서 동물에 대한 특성과 인식을 드러내
고자 하는 것이 특이한 점이라고 판단한다. 특히나 구렁이를 둔갑에 능한 영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오산시사 이 오산시 구렁이 설화의 특성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구렁이에 대한 인식이 이러한 것은 ‘업’신앙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오산지역에서 성하였던 ‘경기재인청’ 소속의 무속인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추단(推斷)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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