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전시가이드 2024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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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그것참


        글 : 장소영 (수필가)










































        유독 까칠까칠한 입안을 혀로 훑으며 아침밥을 준비한다. 목덜미에서 등쪽으        속세와 떨어져 평화로운 삶을 상징하는 이상향의 대표적인 고사성어 ‘무릉도
        로 미끄럼을 즐기는 땀방울을 선풍기 바람으로 말리며 식탁에 앉지만 막상 식       원’이 있다. 세상의 번잡함, 차별, 질병과 전쟁이 없는 곳으로 아름다운 자연환
        욕은 없다. 멍하니 점점 무념무상의 경지가 되어가는 데 어김없이 시작되는 “      경이나 이상적인 사회를 설명할 때 주로 쓰이는 네 글자다. 많은 이들이 그 곳
        쐐~애애애액~” 매미의 고성이 고막을 뒤흔든다.                      에서 유유자적 노니는 신선놀음을 옛 부터 갈망해 왔다.

        태양이 하루 종일 온 만물을 다 태워버리겠다고 넘치는 의욕을 드러내는 요        「갈매기의 꿈」을 보면 조나단이라는 갈매기가 정신적 무아지경에 취하거나,
        즘이다. 푸르러야 했을 잡초들도 처음 당하는 열기에 누렇게 들떠 바스락 위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이 육신을 지닌 채 하늘에 오르며 신선이 된다. 정철
        태해 보인다. 기후 변화 탓인지, 심리적 요인인지 땀은 용암 뿜어내듯 솟구치      은 「관동별곡」을 통해 신선에 대한 욕망을 꿈속에서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 준
        고 속열도 바글바글 끓는다.                                 다. 인간은 문학 속에서나마 무릉도원을 동경하고, 신선이 되는 꿈을 겨우 실
                                                        현하곤 한다.
        폭염과 폭우, 잠 못 드는 열대야까지 사람살이가 쉽지 않다. 유독 매미만이 여
        름을 향유하고 있다. 지칠 줄도 모르고 심지어 밤에도 소락떼기를 쳐댄다. 얘      하지만 고작 7일 남짓 산다는 매미들은 땅속에서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신선
        들도 순서를 지켜 누군가 선창을 하면 뒤이어 여럿이 후창을 해 하모니를 맞       이 된다. 기나긴 인내를 거쳐 땅위에서 날개를 펼친 매미를 두고 사람들은 학
        춘다.                                             문과 염치와 검소, 신의, 청렴의 오덕을 지녔다 했다. 이는 3세기경 진나라 육
                                                        운이란 시인이 매미를 관찰하여 칭송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왕과 왕세자
        방학을 맞아 모처럼 내려온 손녀와 더위를 피해 외출을 하러 나섰을 때다. 차      만 쓰는 ‘익선관’은 한 쌍의 매미날개 모양이 세로로, 신하들이 쓴 관은 ‘관모’
        를 타려다 말고 놀이터 울타리 나뭇잎 뒤에 붙은 매미 허물을 발견하곤 눈이       로 날개 두 개가 가로로 장식을 했다. 매미의 오덕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깊
        반짝인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의 허물이 나뭇잎을 꽉 붙잡은 채 남아 있     은 사유 끝에 크게 다섯 가지 덕을 인정했으련만 지나친 것이 있어 보이니 그
        었다. 둘러보니 곳곳이 허물이다. 이 많은 숫자가 날개를 달고 날아올라 신선      것은 바로 ‘지혜‘다.
        이 되는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을 해낸 흔적이다.                     친정집 거실 한 쪽에 느티나무 나뭇가지가 창쪽으로 쭉쭉 뻗어 있다. 새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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