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4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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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꽃 그리고 자연. mixed media on canvas





            길에서 항상 나를 반기던 개나리, 담장안의 목련, 뒷동산에 아련히 점점이 물      현의 방법적으로 목단과 잉어의 전통민화 문양이 그려진 청화백자는 부조화
            들어 있던 진달래, 그리고 이 꽃들을 쉼없이 오가는 나비를 생각하면 중년의       하여 도자기의 느낌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그렇기에 단색조의 배경이 채
            나는 어느새 다시 소녀가 되어 그림을 그린다.”                      료에만 의지했을 때 작품의 밀도는 그만큼 가벼워질 수 있는 부분을 조형 언
            - 이영실 작가노트 중 -                                  어로 균형을 이루기 위해 불규칙적인 세로방향의 질감으로 무게를 나누어 주
                                                            며 꽃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패턴화하여 여백의 단순미를 느끼지 않도록 감
            이영실작가는 ‘도자기,꽃 그리고 자연’이라는 연작활동을 통해 자연과 일상에       상의 폭을 확장해 주고 있다. 나아가 심미적으로 야생들풀과 같은 꽃의 이미
            서 찾는 아름다운 기억을 감상자에게 심미적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작가는 도       지는 화병에 그려진 청색 민화풍의 물고기, 목단과 함께 과거와 현대를 잇는
            자기 전공 학부과정의 최고의 벗으로 삼았던 청춘시절과 좀더 어린시절의 옛        시대적 의미와 함께 작가에게는 동심과 현대를 살아가는 중년의 현실에 대한
            추억 속 꽃들의 생생한 향기를 캔버스에 순수함으로 담아 표현하고자 한다.        공존의 의미를 가진다.
            이를 위해 평면의 캔버스에 부조형태의 도자기를 혼합 오브제로 형상화하여
            붙이고 민화의 다양한 소재로 표현되는 옛 정취와 동심의 세계를 우화적 느        “꽃과 새와 나비가 있는 공간에 대응하는 도자기 이미지에 설정된 공간이 공
            낌으로 시각화하였다. 현대회화의 화려한 기교나 채료의 다양성보다는 최소         존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여기에서 도자기 속의 공간은 하늘이 되기도
            한의 표현에 따르는 간결함이 두드러져 보인다. 작가가 의도하는 도자기와 민       하고 호수 또는 바다가 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최근 작업실에서는 도자기
            화적 요소의 조합은 현대회화가 가지는 방법적 요인보다 옛 정통문인화가 추        속에 마을풍경이 보이는가 하면 연속무늬가 채워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구한 인문적 가치로 감상자의 심미감을 자극해주는 듯하기에 감상 시각의 접        전에는 청화백자 이미지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채색도자기가 등장
            근 편차를 두어야 할 것이다.                                한다. 그럼으로써 보다 다양한 색채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신항섭(미술평론가). 이영실전시서문 중-
            작가의 ‘도자기,꽃 그리고 자연’ 연작에서 공통되는 표현의 일정한 패턴은 부
            조형태의 도자기와 전통 민화느낌의 회화표현이다. 평면에 부조나 여타 오브        작가이영실은 청화백자를 부조화하여 캔버스에 부착하고 우리나라 고유의
            제를 부착하는 표현방법은 현대회화의 여러 작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형        민화적 요소를 해학적이며 우화적으로 표현함으로 도예작가 본연의 세계를
            활동으로 익숙해져있다. 그러한 점에서 보통 주요 부분에 오브제를 활용한 부       원천으로 현대회화 작가로의 독창적 창작의 가치를 구현한 작가로 인정받아
            조형태가 자리하였을 때 여백의 표현이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없으며 그 한       국내 유수의 아트페어와 전시참여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도예 오브제
            계점을 인위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구도상으로 매우 단순해지거나 혼잡한         에 있어서 청화백자에 이어 현대회화의 맛에 어울리게 현대도예채색화병의
            실수를 범하기 쉽상이라 매우 조심스러운 실험적 방법이다. 이영실 작가는 이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등 작업에 있어서도 다양한 표현방법의 접근을 모색하
            러한 점을 극복하고자 단색조의 배경에 불규칙적인 요철의 텍스쳐(Texture)     고 있다. 작가의 소박한 작업실에서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는 많은 습작활
            를 넣어 부조의 중량감을 배경과 나누어 주고 동심의 꽃, 새, 나비 등의 이미지    동을 볼 수 있었기에 이영실 작가의 미래의 청사진이 기대된다.
            를 패턴(Pattern)화하여 단순미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브제와 채료의 이질
                                                            참고자료
            감에 충돌을 완화해주었다.                                  청화백자 [靑化白磁] (한국고중세사사전, 2007. 한국사사전편찬회)
                                                            회화적인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소박파적인 조형미. 이영실전시서문(신항섭,
            근작1. ‘도자기,꽃 그리고 자연.120x45. mixed media on canvas’에서 보듯 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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