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4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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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Jean Dufy, Promenade au bois de Boulogne, 46 x 38 cm, huile sur toile, 1930 ⓒADAGP
                                                                 (우) 손원희, 나들이 1, 116.7 x 91cm, oil & Acrylic on canvas, 2014 ⓒADAGP










            다. 특히 작가의 작품은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면서 색과 선의 유려함을 탄생     을 만들려고 애쓰지도 마라. 당신 자신이 바로 당신의 시대이다.” 라는 마지막
            시키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 의상인 한복의 참 멋에 반하여 그 속에 녹아 있     계명이 여전히 작가의 마음을 붙들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는 군상들의 한과 흥과 정서를 화폭 깊숙이 녹여 넣는 것이다. 작가가 가장 소
            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비교당하지 않는 고유함과 수수하면서도 은은한 매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손원희 작
            력이 잠재되어 있는 자연스러움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바람결에 흩날리는 나       가는 어쩌면 두드러질 정도로 서정적인 감성이 돋보인다. 소녀 시절, 햇살 따
            뭇잎에서 햇살과 어우러진 다양한 색조와 변화무쌍한 조화들을 모티브로 하         스한 어느 날 집 앞 가로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온갖 색의 조화를 부리는
            여 시대를 초월하여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가만의 세계에 천착하기       모습을 보면서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어 안달했던 기억과 마음 속 잠재된
            위해 청춘을 벗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상상 속 달리기를 쉼 없이 이어가고 있다.   생각의 열정이 그녀로 하여금 지금의 그림세계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
                                                            이다. 그런 동기 유발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작가 자신의 거울 속에 투영된 세
            여기서 필자는 20세기 초에 파리 사회, 시골 풍경, 서커스, 경마, 오케스트라 무  상의 모든 사물들을 본능에 이끌려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대 등을 서정적 분위기로 묘사한 장 뒤피(Jean Dufy)를 떠올려 본다. 특히, 장   것이다. 손원희 작가가 지향하는 자신만의 「카타르시스 미학」은, 일종의 ‘신명
            뒤피는 제1차세계대전 전후의 파리사회상을 주로 그렸는데, 미군과 함께 상        풀이’로써 한국과 서구의 문화 전통에서 각각 공연 예술의 미학을 지칭하는 대
            륙한 ‘재즈 음악가’들에 대한 다양한 묘사로 유명하다. <야수파 거장>인 형 라    표적인 용어나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손원희 작가가 스스로 각색한 ‘각본 및
            울 뒤피의 영향을 받아 ≪Ecole Primaire Supérieure du Havre≫에서 정식   연출’의 한마당이자 ≪희극 무대≫ 이거나 ≪신명풀이 연극≫ 이라고 부를 수
            교육을 받는다. 이후 1914년 1월 ≪Berthe Weill 화랑≫에서 첫 전시회를 가  있을 정도로 경쾌하다. 따라서, 카타르시스와 신명풀이를 완전히 이질적인 미
            진 이후 약 30년동안 도자기 제조업체에서 동물과 꽃의 ‘장식적 디자인’에 몰     적 체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양자 사이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한다.
            입한다. 1925년 『아르데코』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국제 예술박람회」에서 금메    뿐만 아니라 그녀는, 카타르시스와 신명풀이 관점을 연극의 문제로까지 확대
            달을 획득한다. 1920년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 정착 중, 형 라울 뒤피의 친구인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동·서양의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로 확장한다. 결론적으
            브라크가 <큐비즘> 스타일로 실험해 보라고 조언한다. 1923년 입체파 화가      로, 보편적 관점에서 볼 경우 서구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이 ‘파토스(Pathos)의
            들의 주무대인 ≪8월 살롱≫에 초대받아 전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출품한다.        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반해, 손원희는 한국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해
            라울 뒤피와 장 뒤피 형제는 <인상주의>에서 시작해 <야수파>에 입문했다        학(Humor)의 문화’로 귀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아마 그녀의 내면에서
            는 공통점이 돋보이는데, ‘빛에 의한 과감한 색채 표현 양식’에 감명받았기 때     는, 이 양대 담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두 개의 용어가 모두 육체적이며
            문이다. 무엇보다도, 장 뒤피의 대표작『Promenade au bois de Boulogne』에  정신적인 차원에서 응어리진 것을 격렬하게 풀어내는 메커니즘을 가리키는
            서 표현된 분위기가 유난히 사랑스럽고 달달한 무드를 담고 있는데 이 미묘한       용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쪼록 손원희 작가 역시 장 뒤피
            담백함이 손원희 작가의 대표작 『나들이 1』의 ‘파스텔 색조’와 무척 닮아 보인    와 마찬가지로〔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 등재된 이상, 그녀의 마음속 깊숙
            다. 아마도 그녀의 멘토인 프레드릭 프랑크(Frederick Frank, 1909~2006)의   이 쌓여 있을지도 모르는 불안, 우울 긴장, 등의 응어리진 감정이 시원하게 풀
            회화 철학 가운데 “시대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며, 시대에 맞는 작품     리고 마음이 정화되는 ‘새로운 정신’으로 무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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