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4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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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복헌 처마 단청                                    흥복헌 고삽 단청


            국에 병합하는 것을 승낙한다.                                궁궐단청으로 많이 쓰이는 모루(모로)단청으로 대조전의 단청에 맞추어 단아
            제3조                                             하게 꾸며져 있다.  흥복헌의 주건물인 대조전은 내전의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
            일본국 황제 폐하는 한국 황제 폐하, 태황제 폐하, 황태자 전하와 그 후비 및 후   는 건물로서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게 단청을 하여 창덕궁의 전각 중에서 희
            예로 하여금 각각 그 지위에 따라 상당한 존칭, 위엄 및 명예를 향유케 하고 또    정당과 쌍벽을 이룬다.
            이를 보지(保持)하는 데 충분한 세비(歲費)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제4조                                             건물의 지붕과 지붕이 만나 'ㄱ'자로 꺾이는 부분에 설치한 조그만 삼각형 모
            일본국 황제 폐하는 전조 이외에 한국의 황족(皇族) 및 후예에 대하여 각각       양의 '고삽'에도 먹으로 나비 같은 형태의 운문(雲文)으로 단청을 하여 포인트
            상당한 명예 및 대우를 향유케 하고 또 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공       를 주었다. 구름이 나비인지, 나비가 구름인지 모르겠지만 이 조그만 공간에
            여할 것을 약속한다.                                     이런 문양을 누가 그려 넣으려고 생각을 했을지 정말 기발하다.
            제5조                                             기와 밑 연함에는 석간주 가칠을 하였는데, 연함은 이매기 위에 붙여서 암기
            일본국 황제 폐하는 훈공이 있는 한인(韓人)으로서 특히 표창하는 것이 적당       와를 받치기도 하고, 기와와 처마 사이에 뜨는 공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영예 작위를 주고 또 은금(恩金)을 준다.         이매기에는 뇌록을 가칠하고 간단하게 먹분선을 그었다.
            제6조                                             부연에는 여의두문 녹화머리초에 늘휘를 하고, 뱃바닥은 육색 초빛, 주홍 2빛
            일본국 정부는 전기(前記) 병합의 결과로 한국의 시정(施政)을 전적으로 담임      에 가운데 분째기를 하였으며, 부연부리에는 6매화점을 찍었다. 부연개판에
            하여 해지(該地)에 시행할 법규를 준수하는 한인의 신체 및 재산에 대하여 충      는 둘레방석초를 그려 넣었고, 구리대라고도 부르는 부연착고에는 쇠코결련
            분히 보호하고 또 그 복리의 증진을 도모한다.                       금으로 단청을 하였다.
            제7조                                             초매기에는 석간주, 먹분선, 뇌록을 칠했다.
            일본국 정부는 성의 있고 충실히 새 제도를 존중하는 한국인으로서 상당한         연목에는 반주화머리초에 인휘를 하고, 연목부리에는 6엽 육색 평연화문으
            자격이 있는 자를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한국에 있는 제국(帝國)의 관        로 단청하였다.
            리에 등용한다.                                        창방과 평방에는 인휘를 4휘로 한 주화 관자머리초를 하였는데 계풍은 뇌록
            제8조                                             가칠 상태의 공터로 두어 모루(모로)단청만의 특징을 보여준다.
            본 조약은 한국 황제 폐하 및 일본국 황제 폐하의 재가를 경유한 것이니 반포      단청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
            일로부터 이를 시행한다.                                   지는 않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느낌이랄까?
            이를 증거로 삼아 양 전권위원은 본 조약에 기명(記名)하고 조인(調印)한다.
            융희(隆熙) 4년 8월 22일                                과거 일본 제국의 간악함만 탓할 것이 아니고 8월에는 다시 한번 흥복헌에
            내각 총리대신(內閣總理大臣) 이완용(李完用)'라고 되어 있다.              가서 당시 조선 왕실 및 위정자들의 무능과 치욕의 역사를 되새기며, 다시
                                                            는 국론 분열과 부정부패로 힘없고 나약한 나라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원
            이처럼 치욕의 장소이긴 하지만 흥복헌은 대조전에 붙어 있는 부속 건물답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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