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4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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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초대석







































        뿌리가 자라 가지가 되고, 260.6x162.2cm, Oil on canvas, 2022






        은 탈중력(脫重力)의 미소로 타오르는 생명의 지속성을 품에 안고 한 그루
        의 나무로 우리 앞에 서 있다.                               작품 <그루터기, a tree stump>로 돌아온 작가의 걸음 시련을 극복한 그루
                                                        터기의 의미를 ‘요셉의 꿈과 은총’으로 비유하며, ‘바로(Pharaoh) 왕’의 꿈
        작품<다시 살아나기>를 음미 해 본다.                           해몽으로 성령을 통한 지혜의 능력으로, 7년의 흉년을 대비한 믿음의 실천
        빛나는 뿌리를 마음의 중심으로 모으고 있다. 십자가의 창틀 사이로 보이         이 가능했듯이, 그루터기의 꿈도 뿌리에 간직한 은총의 불꽃이 다시 타올라
        는 4차원의 대지는 시각적인 감각의 세계를 반쯤 지우며 이미지들의 은폐         새싹을 돋우고 여명의 빛을 밝히는 그루터기의 형상을 환기(喚起)시킨다.
        와 더불어 뿌리이자 나뭇가지에 작은 잎들을 생성시키고자 한다. 생텍쥐페         기다림의 숲에서 어둠을 뚫고 희미한 여명의 입김을 이끌어 올리는 그루터
        리(Antoine de Saint Exupery)의 ‘어린왕자’ 이야기에서 “진정한 아름다움  기에서 의로워진 새 생명의 발돋음을 칭의(稱義)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의
        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사막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는 어딘       로운 나무 한 그루의 부활을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김성은 작가의 시선은
        가에 샘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반쯤 감추면서 반        생명의 부활을 다시 발견하고 의로운 영혼의 빛을 다시 세운다.
        쯤 열어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도 존재론적 미
        학에서 언급했듯이, 김성은 작가는 표상화(表象畵)된 이미지 뒤에 많은 것        작품 <발견Ⅰ>의 작품은 동굴 밖으로 탈주하는 영혼의 은유이며, 거듭난
        을 감추고 있다.                                       생명은 그 자체로 놀랍고 고귀한 축복이며, 기쁘고 신명나는 주체의 내적
                                                        통일성을 부여 받는다. 김성은 작가의 작품들은 2차원(평면)의 캔버스 표면
        작품 <새벽만남>에서 마주치는 새벽 얼굴을 우리는 무엇으로 만날 것인          이미지를 극복하며 4차원의 원근법을 갖게 된다. 평면 이미지의 형상들이
        가!                                              물질적 상상력의 기호적 환상(illusion)을 거부하며 탈기표적(脫記標的) 회
        새벽의 추위에 응축된 마음을 열어 투쟁의 발걸음으로 오늘 창조적 욕망의         화(painting)로서 4차원의 통로를 암시한다. 또한, 가시관의 메타포(meta-
        날개를 다스리며 타자의 상처를 감싸 안는 나무가 될 것이다. 새벽을 기다        phor, 隱喩法)는 김성은 작가의 작가노트에 씌여진 “그의 가시관이 생명의
        리는 진리의 파수꾼으로서 어두운 밤을 지새우며 한 그루의 나무처럼 깨어         관으로 내게 오고~” “그의 빈 무덤이 믿음의 증거로 내게 오고” 있다고 사유
        있기에, 새벽이 왔노라 외치는 일깨움의 시인으로서 화가로서 김성은 작가         한다. 텅 비워진 무덤과 입구를 막았던 바위돌이 아닌 가시관이 놓이고 이
        는 여기 서 있다. 다시 여명의 시선을 열어 “시나브로 변해가는 서로를 발견      제 이 가시관은 가시가 없는 영광과 승리의 왕관처럼 어둠의 죄를 씻어내
        한다”고 작가노트에 쓰고 있다. 너와 내가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환상      고, 고통의 피를 씻어내며 화사하게 새잎들을 돋아나게 한다.
        은 자아도취적 도그마일 뿐이다. ‘차이와 반복’의 1000의 고원을 함께 넘고
        넘어야 하지만 동행해야 함을 작가는 알고 있다.                      Diasp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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