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2022년 03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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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무제(Untitled), 27.3×40.9cm, 점철(點綴)Dot to Dot, 72.7×53cm, Acrylic on canvas, 2018
20.4×40.9cm, Acrylic on canvas, 2021
2022. 3. 17 – 3. 30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79-4648, 평창동)
수직 혹은 수평 되어왔다. 예전의 밝고 다양하던 색채는 신중하게 선정된 한 두 가지 색으로
단순화 되고 자유로운 곡선에서 직선으로 선의 간격도 점점 규칙성을 가지며
정수미 초대전 엄격해져서 수직 혹은 수평의 기본 구조로 수렴되어 간다.
수직과 수평은 다르면서 같다.
글 : 정수미 작가노트 수직은 하늘을 향해 우뚝 서는 나무이며 어렸을 적부터 늘 올려다보던 성당의
종탑처럼 간절한 작은 목소리가 하늘에 가 닿기를 바라는 염원이다. 나에게
수직은 높은 곳을 향한 기도이며 하느님과의 대화이다. 수평은 동해 바다의
한 방울의 물이 모여서 냇물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를 이루듯이 나의 작업은 단순한 수평선과 기도를 통해 얻는 내적 평화가 있다. 사람간의 연대와
텅 빈 캔버스에 작은 점 하나로 시작한다. 내가 늘 바라보고 자란 고향바다 봉사활동을 하며 마주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며 안식이다. 하늘을 향한
동해는 서해나 남해와 달리 선이 매우 단조롭고 미니멀하다. 물과 하늘이 간절한 기도와 그것을 통해 누리는 잔잔한 평화와 안식은 수직과 수평처럼
만나는 간결하고 엄정한 선과 시시각각으로 빛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색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같은 것이다.
나의 작업을 이루는 조형적 모티브가 되었다.
나의 작업에서 점은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살아낸 순간들의
지난 몇 년간 나의 작업은 점을 찍으며 점과 점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였다.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생각, 행동, 감정의 편린들이 모여 하루를
그리고 점들은 동일한 크기의 병렬에서 겹쳐지고 깨지면서 크기도 이루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어 한 생을 이루듯이 작품 또한 그런 과정으로
모래알처럼 작아지기도 하고 물성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자전과 공전이라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적 에너지가 물방울들을 바다 표면 위로 밀어 올려 규칙적으로 파도의 결을
만들어 내듯 캔버스 표면에서 그 점들이 모이고 쌓여서 파고처럼 입체성을 반복되는 일상 복잡한 감정들 혼란스러운 삶 안에
가진 선을 이룬다. 내 작품은 스트라이프 패턴을 그리는 일처럼 단순하고 쉬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일
구조를 가지고 있고 색채도 매우 가볍고 연질적인 느낌이 나는 작업이지만 어떻게 보면 재미없고 지루한 것 같지만
지난한 제작과정을 거친다. 나의 작업은 변함없이 꾸준하게 행하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마침내 찾아내는 단순함
지속성에서 태어나며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반복에 의하여 경험하되 그 속에 매몰되지 않는 것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치기준을 가지고 지켜내는 일
당신과 내가 우주 안에 서로 다른 행성으로 살아가는 일.
그 점들이 모여서 선을 이루고 그 느슨한 점선들의 배열이 차츰 규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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