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1년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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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up_디지털 프린트_2019          chorus line_디지털 프린트_2019       가설의 선들_디지털 프린트_2017

            히 컴퓨터 작업이 대부분인 디자인 작업물의 전시에서 전시물의 크기나 매수        최종 결과물이 아닌, 중간 과정에서 어떤 작업이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게 되
            개념은 의미가 없다. 이는 건축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   었는지 디자인 컨셉이나 스케치, 도면이나 투시도, 준공 사진 같은 것들을 통
            영역간 경계가 사라지고 융·복합교육을 지향하는 이때 대학에서 디자인교육         해서 거꾸로 디자인 과정을 배워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실물적인
            의 한 방면으로 사진을 매개로 피사체인 건축을 연구함에도 불구하고 사진 전       것(가구, 건축 재료, 조명기구 등)을 직접 만지고 사용하면서 학습하는 기회를
            공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        갖는다면 건축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간을 건축
            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학부 전공이 뭐였는가에 따라 평생 직업과 직장을 결      물, 교실 같은 곳보다는 좀 더 소프트한 공간(놀이터나 라커룸, 화장실 등)에
            정하며 이것으로 평생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다. 학사-석사-박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과정이 선행된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공간을 친숙하게 생
            사 간 전공 일치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분야를 넘나들거나 다른 분야       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놀이터도 운동장에 있는 기존의 놀이터에서 벗
            의 사람들과 작업하고 그 결과물이 이 복잡계의 세상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머       어나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감염을 고려한 건강과 안전이 기본인 재미있는 실
            리로는 알지만, 이를 현실에서 인정하는 것에는 매우 배타적이다. 새로운 시       내 놀이공간도 다양한 관점에서 사용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공간디자
            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준을 정하는 일들이 체계        인을 배우는 좋은 과정일 수 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화되고 공식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디자인 분야 사람들이 기준        컴퓨터 툴을 이용하여 공간디자인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기
            을 만들어 제안하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끊임없이 도전하고 제도화        존의 공학적인 개념의 건축디자인이 아닌 다학적 개념에서의 공간디자인, 전
            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문 지식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서 인지되는 건축과 공간디자인 교육으로 자
                                                            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초·중등학교 미술교육에서 건축은 자체적 의미보다는 공간 속의 입체물,
            도시 경제를 살리는 존재, 기능과 연계된 형태, 에코/생태 등과 연계하여 전개     학교미술교육에 건축교육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활성화되기 위해서 조언
            된다. 건축의 이해를 위하여 무엇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을 한다면 무엇인가?
            현 초등교육 프로그램은 과거보다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며 난이도도 높아서         개인적으로는 기회가 없었으나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초·중등학생들을 위한
            수준 높은 개념들이 초등 교과서에서 다뤄지고 있고 이러한 개념들이 반복적        건축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에 참여하는 데 관심을 가지거나 직접 활
            으로 중등학교에서도 다뤄지고 있어서 초등학교 수포자는 인생 수포자란 웃         동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단지 일시적인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실
            픈 이야기가 있다. 학교미술교육에서 건축이 이런 식으로 실행되고 있다면 이       제 학교 공간 만들기에 참여해보고 실체화되는 과정을 학생들이 매일 지켜보
            것은 오히려 건축을 너무 크게, 너무 멀리, 학생 개인과 유리되어 어렵고 복잡     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건축교육 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다.
            하며 골치 아픈 영역으로 밀어내는 교육이 될 수 있다. 건축은 우리가 살고 있     부모 건축가 모임이나 학교 공간 혁신 프로그램에 참여한 건축가들의 목소리
            는 모든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요소들로 구성된 집합 개념의 덩어리이다. 도시      와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는 바이다.
            를 이루는 입체물, 도시 경제의 결과물, 지구를 살리는 위대한 프로젝트 개념
            물로 인지한다면 초등학생에게는 너무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비          이혜연 작가의 건축 사진을 보면 건축 사진이 건축물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
            쳐질 수 있다. 따라서 초등학생들이 친숙하고 흥미로워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시선을 따라 늘상 그 자리를 지켜왔을 것만 같은 존재
            접근할 만한 공간 요소부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사용자로서 학교        로서의 건축물을 느끼게 된다. 건축계에서는 건축 사진이나 건축 사진 전시에
            공간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을 발견하고 좋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상 이미지가 더욱 중요해지면
            았던 점의 포인트를 짚어보며 새로운 요구에 대한 의견들을 교환하는 등 협의       서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증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축 사진전을 통
            과정을 거치는 것, 최고보다는 최선의 디자인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 건축 형태나 공간의 묘사보다도 정밀한 계획에 따라 나란히 놓인 기하학적
            전문가와 함께 워크숍 등을 통해서 이러한 과정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며 결정        선과 면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는데, 관람객에 따라 자신만의 개인적인 취향
            을 통해 최종 결과물에 필요한 기능이나 재료, 설치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으로 다양한 면들을 발췌해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건축 사진이라고 생
            을 배우면서 건축을 결과물이 아닌 과정으로 배우고 즐기는 교육이 되기를 희       각한다. 작가는 이를 건축 사진의 원년으로 삼아 보다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망한다. 이는 중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바람직한 건축교육을 위하여 건축을        하니 그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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