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1년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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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셸 오토니엘, 2018년 프랑스 셍떼띠엔느 근·현대미술관 초대전 ⓒADAGP
에 대중적으로도 크게 어필을 한다. 성 소수자 인권운동을 위해 만든 『상처-목 추고, 그 모습은 바로 자화상이 된다는 말이다.
걸이』는 장-미셸 오토니엘의 첫 번째 유리작품이다. 동성애자인 그 역시 늘 이
목걸이를 걸고 있다. 장 미셸 오토니엘은 "예술가란 지옥의 문을 들어갔다 와 작년 말부터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또 한번 국내 팬덤 층의 화끈한 열기 속
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을 발견하는 자이다" 라고 말한다. 그의 사고가 얼마 에 <프랑스 현대장식미술>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장 미셀 오토니엘의 『NEW
나 철학적으로 확장된 예술가인지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오토니엘은 그가 구 WORKS』 개인전이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이는 2019년에 ≪루브르 박물관≫
축한 마법과 환상의 세계를 통해 "예술가로서 나는 세상에 다시 마법을 걸고 에서 진행된 『유리 피라미드 건축 30주년 기념전시』 때 소개 및 영구 소장된
싶다. 생존자의 통찰력으로 많은 기준이 무너져 내리는 비극적인 순간에서 자 작품들의 연장전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따라서 당시에 전시된 작품들과 크
연의 아름다움, 재료의 경이로움 혹은 감정의 진실함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 기, 형태, 재료 면에서 모두 동일하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6년에 열린 국제갤
을 발견하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1992년 이탈리아의 에올리에 제도에 러리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한국 관람객들을 만난 자리이자 재개관 이후 K1에
서 유리를 처음 발견했다. 그것은 ‘흑요석’이라 불리는 천연 유리로써, 화산지 서 열리는 두 번째 전시였다. K1 두 곳의 전시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
대에 매장되어 있다. 장-미셸 오토니엘의 유리나 황을 소재로 한 작품은 재료 번 개인전에서는 새로운 유리조각 작품과 드로잉, 그리고 작가의 작업 경력에
의 ‘상식적’ 특성이 부정되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깨지기 쉬워 사라질 듯 보이 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회화작품까지 총 37점의 신작이 소개된 것이다. 특히
지만 영속적 성질은 유지되며, 경도가 느껴지지만 액체와 같은 성질도 감지된 이번 신작들은 코로나19가 야기한 국제적 재난의 시대, 작가가 세상과 단절된
다. 빛을 통과시키기도 하지만 그 반대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오래 사용해 채 몰두해온 작업들로 우리에게 도래한 새로운(NEW) 창조 및 문화를 상징하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고 사용하는 매우 평범한 재료지만 예술 작품이나 스테 는 동시에 혼란한 세상에서도 불변하는 아름다움의 진리를 사유하길 바라는
인드글라스 등에 쓰이면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오토니엘 작품의 출발은 작가의 염원이 담겨있다. 더불어 집을 짓기 전 땅을 먼저 산 후 벽돌 더미를 쌓
지극히 당연한 것과 역설의 지점에서 출발한다. 오토니엘의 작품을 보며 혹자 아 두는 현지인들의 일상 속 관습에서 영감 받은 작가는 이후 작업 여정에서
는 ‘종교의식에 사용되는 묵주’를 떠올릴 것이고, 누구는 목걸이 같은 ‘장신구’ 이를 지속적으로 마주하면서 벽돌에 담긴 의미를 숙고하고 하나의 조형적 언
를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이들 재료는 흔적을 남긴다는 특징이 있는데 작업 어로 발전시켰다. 벽돌은 인류 역사 이래 무수한 문화권에서 사용되어온 보편
도구의 사용, 작업자의 지문, 그리고 공정 중 알게 모르게 생긴 흠집 등이 바로 적인 재료이자 가장 원시적이고도 본질적인 거주공간이자 혹은 삶을 향한 굳
그것이다. 게다가 황홀하고 신비로운 색채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도 오토니엘 은 염원을 은유 한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으로
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오토니엘이 재료 선택을 어떤 ‘촉’에 의해 하는 것은 아 말미암아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의 잔해 속에서도, 아무쪼록
니다. 수많은 과학적 실험과 성찰에 가까운 연구 끝에 이뤄지는 것이다. 오토 우리 작가들의 헛헛한 마음 속에 ‘새로운 정신’의 희망과 염원을 담은 유리구
니엘은 검은 유리 작업을 일종의 ‘거울’로 비유하고 있다. 즉 작가가 타인을 비 슬과 벽돌이 차곡차곡 쌓아 올려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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