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1년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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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스튜어트가드너 미술관에 있는 존 싱어 사전트의 건배하는 마담 고트로













            사전트는 19세기 말 유럽에서 최고의 초상화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모델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그리는 재주가 탁월했지요. 사전트는 이탈리아 피렌        시체 같다는 혹평
            체에서 태어나 예술의 메카인 프랑스 파리에서 최고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        <마담X>는 사전트에게 실패와 성공을 함께 가져다 준 작품입니다. 이 그림의
            자르(École des Beaux-Arts)에서 수학한 유럽인이지만, 그의 부모는 미국인  모델은 비르지니 아멜리 아베뇨 고트로(Virginie Amélie Avegno Gautreau,
            입니다. 어머니는 사전트가 태어나기 전에 어린 딸을 병으로 잃고 극심한 우       1859~1915)라는 매우 긴 이름을 지닌 여인으로, 돈 많은 은행가의 아내입니
            울증에 빠집니다. 안과의사인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위해 미국에서의 생업        다. 아름다운 미모로 파리의 사교계에서 ‘마담 고트로’로 불리며 유명세를 누
            을 접고 유럽 각지를 여행합니다. 여행 중에 한동안 머물렀던 피렌체에서 사       렸지요. 살롱전 출품을 목표로 빼어난 미모의 모델을 찾던 사전트에게 마담 고
            전트를 낳은 거지요. 사전트는 유년기부터 아마추어 화가인 어머니의 영향         트로는 닥터 포지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사전트의 아틀리에에서 우연히 본
            으로 유럽 각지의 미술관을 순례하며 자연스럽게 화가로서의 소양을 갖춥니         닥터 포지의 초상화에 마음을 빼앗겼던 마담 고트로는, 그 못지않은 훌륭한 초
            다. 그러던 중 당시 명망 높은 초상화가 에밀 오귀스트 카롤루스 뒤랑(Emile    상화를 그려주겠다는 사전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Auguste Carolus Duran, 1838~1917)의 수제자가 되면서 초상화가의 길을
            가게 되지요.                                         그런데, 사전트와 마담 고트로 이 두 사람만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요?
                                                            마담 고트로의 초상화가 살롱전에 출품되자마자 온갖 혹평이 쏟아집니다. 명
            <집에서의 닥터 포지>는 사전트가 특별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초상화입니        망 있는 은행가의 아내가 가슴이 깊게 패인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뭔가
            다. 사전트는 닥터 포지에게 이 그림을 파리 살롱전에 출품하자고 제안합니        부도덕해 보인다는 거지요. 그녀의 지나치게 창백한 피부도 지적을 받습니다.
            다. 그만큼 그림의 완성도에 자신이 있었던 거지요. 하지만 닥터 포지는 일언      마치 시체와 다르지 않다나요. 사전트의 초상화를 통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하에 거절합니다. 보수적인 살롱전에서 바람둥이 의사의 초상화를 곱잖게         예술적으로 평가받고 싶었던 여인의 꿈은 산산조각나 버립니다. 이 그림의 가
            볼 게 빤하다고 생각한 거지요. 뿐 만 아니라 의사가 새빨간 실내가운을 입고      장 치명적인 부분은 사전트가 마담 고트로의 드레스 오른쪽 어깨걸이를 반쯤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 사전트는 <마담X>라는 초상      흘러내리게 그린 것입니다. 그 모습이 매춘부와 다를 건 뭐냐는 평단의 질타
            화를 살롱전에 출품했다가 엄청난 혹평을 받습니다. 닥터 포지가 선견지명이        가 쏟아집니다. 그림에 예술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온통 관심을 끌기
            있었던 셈인가요? 그런데 마담X는 도대체 누구인 걸까요? 또 이 그림에 어떤      위한 선정성만 난무하다는 겁니다.
                                                            이 코너는  칼럼니스트의 의도하는 바를 존중하며 경어체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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