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P. 79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The smile of Buddha 80x80cm Oil on canvas 2022



            화려한 모습의 연꽃이었을 거라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연꽃의 흔적이 보인다. 그    피하기 힘든,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벽처럼 단단하고 뚫기 힘든 장애로 보인다.
            대상은 존재하고 있는 듯하고, 사라질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작가는 그의 노트에서 '이치의 망상으로 채워진 구성 위 허공에 연꽃이 여여하여*
            하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중도인가? 캔버스 위로 떠오르는 연꽃은 무념무상      중도를 이룬다'고 했다. 작가에게 일상적 삶은 '이치의 망상*'이다. 화려한 색이
            무욕의 존재로 작가의 표상이 되었다. 놀랍다. 이것이 오로지 즉흥적인 붓질로      규칙적으로 펼쳐지지만 갑자기 꽉 막힌 벽이 일상에 불쑥 끼어들기도 한다. 작가의
            가능한 결과물이라니! 작품이 참으로 아름답다.                       이 두 회화적 요소 위에 한 송이 아름다운 연꽃이 즉, 작가의 참마음이 연꽃이 되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나는 문혜자 작가의 작품에서 그 꽃이 빛이 되는 걸 본다.
            또한 작가는 캔버스라는 2차원의 평면을 '그린 듯-안 그린 듯'이 극복한다. 회화가
            공간을  얻는  순간이다.  그녀의  회화가  겪어온  많은  변곡점들이  있었지만  이   당나라 시대의 지성 배휴 거사와 스승 황벽 선사가 마음에 대해 묻고 답한 <
            번엔 비우고 또 비움의 결과로 시각적 공간이 생긴 것이다. 마치 캔버스와 보는     전심법요>를  해석한  책  <허공을  나는  새  흔적이  없듯이>라는  책을  정독하고
            이 사이에 연꽃이 떠있는 것 같다. 오랜 기간 작가의 공부와 사색은 그때마다 늘    있다는 문혜자 작가는 그 불법*의 대화를 읽으며, 부처의 미소가 머물 자리를 마음
            작품으로  구현되었고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캔버스에는  물감을  칠하지  않은   한켠에 내어주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흔적도 없는 마음의 경계가 마치 <이상한
            부분에서 여러 겹이 칠 된 부분까지 다양하다. 격자무늬의 화려한 색의 규칙적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웃는 고양이 '체셔'*처럼 아니면, '슈뢰딩거의 고양이*'
            배열은 안정감 있게 배열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화면 전체를 가득 메우는 답답함은     처럼 머물기도 하고 동시에 사라지기도 하는 데 그것은 마치 수행자가 매우 원하고
            결코 문혜자 작가의 것이 아니다.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 때나 나타나고 사라진다.

            정사각형 캔버스의 세 귀퉁이는 전혀 물감을 칠하지 않고 캔버스가 숨 쉴 공간을     참마음은 원래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데 수행자들의 집착이, 혹은 망상이 겹겹이
            남겨두었다. 그리고 한국의 전통 창살이 방과 방을 나누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하는    눈을 가려 볼 수 없다가 문득 보였다가 하는 그런 것이다. 작가의 연꽃은 이제 그
            두 가지의 역할을 하듯, 배경이 되는 문양이 창문과 벽의 상징을 동시에 갖고 있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붓이 가는 대로 마음을 비우자
            캔버스 위에 작가는 계속 중의적 상징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가의 참 마음이 한 연꽃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가가 그의 참마음을 세세히
                                                            그리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거늘...  규칙적인  일상과  수행의  장애  위에
            손대지 않은 캔버스의 세 귀퉁이는 전시된 공간의 벽과 일체가 되어 격자무늬를      무심하게 올려놓은 부처의 미소에 다름 아니다. 한참을 지켜보고 있자니 작가가
            창살처럼 보이게 하고, 짙은 적갈색 직사각형을 패턴 사이에 불쑥 끼워 넣는다.     그 연꽃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아름다움이 흩어지는 것을
            규칙적 패턴에 불쑥 끼어든 직사각형은 심신의 안정을 방해하고 평온한 수행자가      그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문혜자 작가는 상관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77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