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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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가시면류관(2), 960.6X72.2cm, oil on canyas, 2022 정금의 욥 해와 달, 20×22.56cm, Woodl on anvas, 2022
우리의 인식세계너머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까?
그것을 알 길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다가 동력이 떨어질 때
밤하늘에 별똥별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곳에서 탈출은 꿈일 뿐이다.
돌아갈 곳 없는 인간에게 과연 그 출구란 존재하는 걸까. - 작가노트 -
2022. 6. 8 – 6. 25 장은선갤러리 (T.02-730-3533, 운니동)
제 6시의 묵상
했지만, 그것은 고작 앞뒤로 트인 목재상자나 널빤지들의 이음에 다름 아니다.
황학만 초대전 옹이 먹고 말라비틀어진 수명을 다한 판때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초라한 통로의 저편으로 언뜻 소개되는 세계는 눈부시게 맑고 투명하다. 구름은
순결해보이고, 바람은 잔잔하다. 낮이건 밤이건, 바다건 산이건, 거기서는 다 같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그것은 우선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단지 그것으로만 그치기를
글 : 심상용 (미술사학 박사, 동덕여대 교수)
거부한다. 그것은 신중하게 선별되고 잘 묘사된 풍경지만, 단지 감상용으로만
황학만의 회화, 그 정갈한 묘사와 대각선의 절제된 구성은 관객의 시선을 그 제시될 수 없는 풍경이다.
통로의 맞은편 세계로 착오 없이 인도한다.
성실한 인도는 낡고 빛바랜 통로를 거쳐 그것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황학만의 회화가 인도하고자 하는 그 세계는 단지 인상주의자들의 풍경이
빛의 충만한 세계에 이르기까지 지속된다. 여기서 잘 적용된 원근법은 시선의 그렇듯이 우리의 시선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근대 풍경화의 시원인 터너
흐트러짐을 사전에 막고 있다. (J.M.W. Tuner)의 바다나 컨스터블(J. Constable)의 하늘을 환기해보자. 그것들도
더할 수 없이 맑고 투명했으며 관선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렇더라도, 그것들은
황학만의 회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통로며, 막간의 경계로써 그 경계사이로 두 새롭게 보기 시작한 자연의 찬미에 최우선의 의미를 부여했었고, ‘영혼’의 인도가
극단적인 상이한 차원이 대치되는 질서를 마주하게 된다. 관객이 위치하고 있는 아닌, 단지 ‘눈’의 탐미를 지향했었다.(적어도 시각적으로는) 황학만의 풍경도 그
현실과 통로 저편의 세계, 현실과 이상, 현세와 초월, 지상과 천상… 통로라고는 뒤를 이은 시슬레(A. Sisley)의 드넓은 하늘이나 피사로(C. Pissarro)의 한가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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