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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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유현민-꽃밭에서I (In the Flower garden I), 594×420mm, Acrylic on digital print, 2022  유현민-꽃밭에서II (In the Flower garden II), 420×594mm, Acrylic on digital print, 2022







                        2022. 6. 30 – 7. 3 UECO 울산전시컨벤션센터(리수갤러리T.02-720-0342)









         리수갤러리
                                                        이야기한다. 한 생명과의 인연으로 우주를 달리 느끼게 된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울산국제아트페어                                        위로받는다는 건 진정 행복한 일이다. 내 가슴 안에 행복이 가득히 담긴다.
                                                        그리고 나는, 그림으로 행복을 이야기한다.   -유현민 작가노트_

                                                        붉었다 푸르게 식어가는 해를 품었던 적이 있다. 그저 두 팔을 벌려 팔을 움직이면
        글 : 리수갤러리 제공
                                                        내 것이 되었고,  작고 깊은 두 눈에 그득하게 담아 온통 붉게 밝았던 날이, 내게도
                                                        있었다. 문득, 그늘져 서러운 내 뒷모습을 안아주는 당신의 야경이 되고 싶었다.
        모모로이  유현민(MOMOROY  YU  Hyun-min)작가는  따스한  위로의  시간을   또다시 해가 질 무렵, 낮의 나는 온데간데없이. 더는 그리려 하지 않고 더는 쓰려
        표현한다. 연약하고 예민한 작은 동물과의 일상을 통해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하지 않고  더는 들으려 하지 않으며 더는 이는 바람에 시간을 떠올리려 하지 않고
        된다.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인지하지  못했던   더는 나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비겁한 내 모습에 그림자가 길고 짙게 늘어져
        생의  즐거움과  평화로움에  대해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이야기하고  있다.   간다. 따뜻함을 품고 있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두세 걸음 뒤 도로 위 아스팔트에,
        그것은  작가가  행복을  느끼는  일상이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언제인지 모를 일기장을 뜯어 엉덩이 아래 내려놓고 그 위에 잠시 앉아 숨을
        메시지이기도 하다.                                      고른다. 위잉 위잉- 한여름 모기는 내 기분 따윈 아랑곳 없이 주위를 성가시게
                                                        맴돌다 내 뺨 위에 앉았다. 오래지 않아 붉게 부풀어 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다른
        어릴 적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것 같다. 나는 등교 길에 강아지를 발견했다. 그때   한 손으로 미지근해진 콜라를 손에 쥐었다. 이해받길 포기한 뒤 혼자가 된 나는,
        나에게는 커다란 개였다. 나를 향해서 짖어대며 달려오는 커다란 개가 너무나도      미지근해진 콜라처럼 식어버린 많은 것들을 멀찌감치 바라만 보다, 오늘이 어제
        무서워 있는 힘을 다해 뛰었던 공포스러운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동물은 나에게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미적지근한 날들 속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적힌 일기장을
        무서운 존재로 남아있었다... 세상의 일들이 모든 계획대로 일어나지는 않듯이 나    보며 추억 속에 살겠지. 그렇게, 내일을 잊어가겠지.  - 오혜지 작가노트-
        역시도 고슴도치와 함께 지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필이면 왜 고슴도치냐고
        묻곤 하지만 내가 인위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우연하게 만들어진 인연이라서 더        오혜지  작가는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동안,
        애틋함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무런 생각이나 준비 없이 시작된 작은 동물과의       건조해진 마음이 이끌고 와 차곡히 쌓인 어둑한 내면에 관심 갖지 못했다. 시간을
        동거가 나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고 이제는 소소한 일상이 되었다. 여기로 갈까?     곁에 두고 차분히 들여다본 뒤 약간의 그림과 글로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이다.
        저기로 갈까? 갈까? 말까? 그냥 돌아갈까? 가끔은 망설이는 고슴도치 모습을      동그라미-세모-네모 세 가지의 도형으로 다소 복잡한 감정과 성격을 단순화시키고,
        보며 나를 바라보게 된다. 인생의 매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마냥 예쁘기 만한     선으로 이루어진 반복된 공간 안에 거주하며 치열하게 생존하는 여러 명의 ‘나’를
        고슴도치가 아니라 그 안에 나를 찾아서 반갑기도, 슬프기도, 신나기도, 아프기도    흰색이 검은색이 되는 과정 위에 표현한다. 또한, 때로는 방관자가 되어 그림 속
        하다. 처음의 무섭고 두려운 마음은 사라지고 이제는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받고      어두움이 짙어질수록 선명해지는 감정들에 집중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행복함을 느낀다.... 스며들 듯 나의 그림 속으로 들어와 삶의 소중함과 행복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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