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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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향의 강가에 앉아 나는 가끔 상념에 잠기곤 했다. 저 물은 도대체 어디

                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궁금했다. 때로는 강물을 한없이 거슬러 올라

                가면서 지금의 구리시나 팔당댐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아마 강이 인간을 부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강의 시원(始原)은 나만이

                갖는 동경이 아니었다. 흔히 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늘 그 강의 출발점이 어디인

                지 상상하기 마련인데, 마치 연어처럼 언젠가 한 번은 그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수안보 농장을 찾아 2009년 3월 귀
                농하게 된 것은 내 마음속에 잠재해 있던 한강 발원지에 대한 그리움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그 강이 부르지 않았더라면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내가 자연스럽게 귀농을 할 수 있는 용기가 그리 쉽게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한강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경기도 양평 양수리에서 만나

                하남시와 남양주시, 서울시를 가로질러 김포시를 지나고 강화도를 굽이쳐 휘돌
                아 서해로 빠지는 총 길이 514km의 길고 긴 물줄기를 말한다.

                  한강의 발원지를 국립지리원은 1987년에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태백산 금대

                봉골의 검룡소(儉龍沼)라고 공식 수정했다. 그 이전에는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의

                ‘우통수(于筒水)’가 꼽혀왔으나 인공위성이 찍은 지도를 정밀 감식한 결과 검룡소
                의 물줄기가 약 32㎞ 더 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물론 강줄기 중에서 가장 긴 노선 끝이 발원지가 되기에 검룡소가 한강의 시

                원(始原)이겠지만, 북한강만으로 본다면 한강의 발원지는 금강산이다. 또 골짜기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지류들로 본다면 발원지는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데, 그

                중 남한강의 지류 달천(達川)의 한 발원지가 바로 내가 귀농한 충북 충주시 수안
                보면 고운리의 시어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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