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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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피 즉 어혈까지 제거한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랴. 콩나물은 땀을 잘 나게 함으로써 몸이 찌뿌듯하며, 여기저기
결리고 저린 것, 근육이 뒤틀리며 아픈 것까지 치유한다고 한다. 지금도 많은 사
람들이 체험하듯이 감기 환자의 경우는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면 감
기 퇴치의 효과까지 볼 수 있다. 그것은 위장의 열을 풀어주는 기능 때문인 것으
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우리나라의 명약인 우황청심환에도 콩나물이 들어간다는 내
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또 콩나물을 냄비에 넣은 후 꿀을 두 스푼 정도 넣어 약
한 불에 쪄내면, 그 콩나물 국물과 꿀의 효능으로 콧물감기, 목감기에 효능이 좋
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고혈압, 심장질환, 부종 등에까지 효력이 있다고 하니,
나물 하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추억의 콩나물’로 예를 들어 말했지만, 콩나물이 나물의 전부는 절대 아니다.
아니 콩나물은 그저 일(一)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을 보자. 콩
나물과 같은 그런 효과 만점의 나물을 아홉 가지나 먹도록 정해 놓은 날이 바로
그 날이 아니던가.
나물과 나물의 화합과 공생이 우리 민족의 에너지 원천이었다. 김종국 전주대
교수가 ‘전주비빔밥 찬가’에서 지적한 것처럼 나물과 나물의 조합이 또 다른 맛
을 창조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지혜, 즉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서로 화합하고
어울림을 추구하는 홍익(弘益)의 철학이 우리의 식탁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렇게 우리 민족은 자연과 몸을 섞어 사는 것이 가장 적합한 생(生)의 순리임
을 터득했던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대단한 민족인가. 오랜 옛날부터, 아마 원시
시대부터 우리 민족은 새해 첫 보름달이 떠오르는 정월 대보름날에 산과 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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