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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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렇게 기른 콩나물은 우리 집 식탁의 중요한 식량이었다. 콩나물이 알맞게
자라면 먼저 자란 싹을 솎아 주듯 적당히 뽑아 콩나물국도 끓였고, 나물로도 무
쳐 먹었다.
압권은 겨울이 끝나갈 무렵인 초봄의 콩나물밥과 달래간장의 궁합이었다. 어
머니는 쌀을 안칠 때부터 콩나물을 다듬어 쌀과 함께 넣어 지으셨는데, 밥이 다
익어 솥뚜껑을 열 때면 온 집안에 콩나물 향기가 가득 차곤 했다. 그 콩나물밥에
아차산 주변과 한강 가(내 고향이었던 현재 서울 광진구 구의동 부근)의 눈 녹은 양지쪽에
서 누나와 할머니가 뜯어 오신 달래를 넣어 만든 양념간장으로 쓱쓱 비벼 먹던
맛을…, 나는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머니는 고춧가루를 푼푼히 넣은 콩나물국을 끓이셨는데, 특히 할머니께서
는 그 콩나물 국물을 쭈욱쭉 들이키시면서 “에미야! 거참 시원하구나!” 하시며
국물만 더 달라 하시곤 했다.
그때는 집집마다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그만큼 콩나물을 비롯해 달래, 냉이,
씀바귀 등 각종 나물들은 우리의 몸과 살을 이루는 삶의 일부로서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콩나물을 산과 들에서 채취하는 것이 아닌, 시루 위에서 인위적으로
길러 낼 만큼 그 효능을 알아보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 조상들의 건강과 음
식의 지혜가 그 콩나물 속에도 듬뿍 들어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의 소개에 따르면 우선 콩나물은 위장에 쌓인 열을 풀어주며, 몸속에
기운을 잘 통하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할머니는 시원하다고 하셨던 것 같
다. 그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 바로 콩나물 속의 아스파라긴산 효과라고
한다. 그 성분이 해독을 해준다는 것이다. 콩나물은 또 몸속에 쌓인 노폐물과 찌
꺼기들을 해소하고 그로 인해 막힌 부분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이요, 여성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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