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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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것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안타까운 우리의 자화상인
셈이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는 저런 일들이 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저런 사람들은 자기보다 낮아 보이고, 힘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눈에 띄면 바로 달려들어 물어뜯는
다. “네가 감히 내 말을 안 들어?”하는 식으로 알량한 권
력을 내세우고, 윽박지르며 자신에게 순순히 굴복할 것을 강요한다. 이들은 마
치 기생충처럼 약자의 영양분을 빨아대면서 자신이 ‘을’의 생사여탈권을 쥔 권
력자처럼 행동하려 든다.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가장 강하게 나오는 못난이 ‘갑’에게
자존심을 죽이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을’이다. 그들은 항공기 여승무원처
럼 “무조건 고객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직무나 그 위치에 있는 ‘상대적 약자’들
이다. 자칫 못난이들에게 잘못 보이기라도 하면 무엇인가 해코지를 당할 것 같
은 두려움에 아니꼽고 더러워도 참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런 사회적 부조리를 극복하고, ‘을’이 힘을 모아 함께 살아가는 홍익인
본주의의 필요성을 처음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IMF 사태로 나라 경제가 부도에
몰린 1990년대 말부터였다. 그리고 2000년대 초에 들어와 상생의 방법으로 홍
익인본주의 리더십, 즉 ‘홍익 리더십’의 사회적 확대를 보다 구체화시키기 시작
했다.
그것은 우선 불법 다단계판매 추방을 위한 길이었다. 또한 불법 다단계판매
피해자들인 ‘을’에 대한 구제의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대상은 다단계판매
업계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IMF가 몰고 온 약육강식의 사회 분위기에서 철저하
116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