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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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로 한정해서 상고사의 시한을 기원전 천 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

               조선 이래 9천 년의 민족역사 기록을 5천 년으로 줄인 것도 모자라, 교과서에는

               고작 BC 천 년부터로 적고 있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영토 또한 마찬가지다. 단군을 죽이고, 단군조선을 부정하다 보면 중국 본토

               에서 활동하던 동이족의 근거지 전부를 한반도 안으로 집어넣게 된다. 그것이

               일본의 식민사관이었다. 현재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고조선 지역이 마치 쥐새끼를 자루 안에 집어넣은 것처럼 전부 평양 근처 아니
               면 구월산 근처로 한정하고 있다고 김지하 시인은 한탄한다.

                 왜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를 자학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지하는 1999년

               8월 매헌 윤봉길의사기념관 강당에서 ‘홍익인간도 죽었는가?’라는 주제발표에

               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이족의 근거지는 사실 저 넓은 만주와 중국 본토 대륙이다. 지금 와서 영토

                  확장을 목표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영토는 우리 정신의 크기다.

                  영토가 쪼그라드는 만큼 2세 교육과정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머릿속에 있는 현

                  재의 조국은 쥐새끼가 들어가 앉아있는 조그만 부대자루에 불과하다. 이 담론은
                  우리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스케일이 세계로 나아가고, 인류를 향해서 손을 뻗

                  을 수 있는 것이 초보적 교육과정에서는 영토의 크기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역사에서 회복되어야 한다.”




                 우리 역사와 영토가 쪼그라들고 만 것은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
               다. 일본의 여중생조차 한국인을 우습게 보고 국제적으로 조롱하는 이유가 무엇





            112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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