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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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콩나물밥과 백초비빔밥
40대 이후의 세대라면 대부분 집에서 콩나물을 길러 먹던 기억이 있을 것이
다. 나 역시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콩나물을 기르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특히 신
선한 채소가 부족하던 겨울철에 어머니는 안방 윗목에 시루를 놓으시고 그 위에
콩나물을 기르셨다. 눈 내리는 긴 긴 겨울밤, 초저녁부터 잠에 떨어졌던 내가 잠
시 깰라치면 그때까지 바느질하시던 어머니께서 콩나물에 물을 주시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콩나물은 자주 물을 주어야 한단다. 그래야 잔발이 많이 나지 않고 연하지.
물을 게을리 주면 잔발이 많이 나고 맛이 없어”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콩나물을 덮은 검은 천을 들추고 물을 주곤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이 바로 콩나물 기르기였다. 물 한 바가지를 뿌
리면 시루에 뚫린 구멍으로 주르르 다 흘러 떨어지는 법이었는데, 물기만 스쳐
지나가는 그 물주기에 콩나물이 쑥쑥 자라는 것이 어린 내 눈에도 신기하기만
했다. 검은 천을 씌운 것은 빛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이유였다. 어머니 말
씀인즉, 그래야 색깔이 노랗고 부드러운 영양 만점의 콩나물이 된다는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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