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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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속성을 지닌다”고 선언했다. 그는 2002년 2월 발표한 「한국인의 정체성과
홍익인간 이념」이라는 논문에서 홍익인간 사상은 “가령 신에 대한 맹종을 요구
하는 신본주의나 물질가치를 중시하여 인간을 수단시하는 유물주의-물질만능
주의와 동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익인간은 소수가 독점하며 다수를 소외시키는 체제나 인간 개
개인의 존엄성을 억압하는 제도를 거부하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하여 봉사하는
삶을 추구하며, 구성원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자비를 실천하는 삶을 지향한다.”
며, 이 같은 ‘특유의 덕성’을 가진 것이 바로 ‘인간이 주인이자 목적으로 존중되
는 복된 공동체를 지향했던 사람들’이고 ‘동이(東夷)민족’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민족의 길’이 바로 내가 추진해온 ‘홍익인본주의’ 시민운동과 같은
방향이었다. 나는 조직이나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리더일수
록 ‘홍익 리더십’으로 ‘을’을 이끌어주기를 호소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의 교내신문(2011년 9월)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촉(蜀)나라의 유
비(劉備)에 대해 부하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그 의견에 따르는 ‘서번트(Servant)형 리
더’라는 평가를 내렸다. 유비는 오(吳)나라의 손권(孫權)이나 위(魏)나라의 조조(曹操)
에 비해 지략이든 무용이든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부하들의 말
을 잘 경청할 줄 알고, 몸을 낮추었기에 그를 큰 그릇처럼 여겨지게 했다. 그래
서 신하들은 그를 경계하지 않고 소신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렇듯 섬기
는 리더십이 유비가 의리 있는 리더의 화신으로 지금까지 추앙받는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인 지난해 11월 27일 한 여론조사 기관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민이 원하는 제18대 대통령의 자격’을 조사한 바 있었다. 그중 응답
자가 지적한 가장 중요한 순위대로 15개 항목을 뽑았는데, 1위는 ‘을(乙)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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