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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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아홉 가지 나물을 먹으면, 겨울 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고, 체력을 보
강하며,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만큼
우리의 금수강산에 분포해 있는 각종 나물의 맛과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
한다.
정월 대보름날 먹는 아홉 가지 나물의 포트폴리오는 지역마다, 그리고 집집마
다 입맛에 따라 다르게 구성할 수 있었다. 보통은 무, 오이, 호박, 박, 가지, 버섯
등을 말려둔 것을 먹는다. 여기에 새해 차례상에 올리는 삼색 나물, 즉 푸른 나
물로 시금치, 흰 나물로 도라지, 갈색(흑색) 나물로 고사리를 함께 섞어 아홉 가
지를 구성해 먹었다. 또한 곤드레, 곰취, 시래기, 번행초, 눈개승마, 토란대, 취나
물, 피마자 나물, 호박오가리, 다래순, 고구마순, 숙주나물, 무채 등을 넣어 구성
하기도 했다.
이 나물과 쌀이 환상의 조합을 이루어 나타난 것이 바로 비빔밥이다. 내가 어
렸을 때 먹었던 콩나물과 달래 양념간장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 비빔밥을 만든
것과 같이 우리나라의 식단 포트폴리오는 언제든지 환상적인 비빔밥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그 비빔밥이 이제는 한류 음식으로 전 세계인에게 전달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15년 전인 1998년에 자체 개발한 기내식 비빔밥으로 국제기내식
협회로부터 ‘기내식 부문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머큐리상을 수상했다. 대한항
공은 2009년 베를린 국제관광박람회를 시작으로 국제 규모의 관광박람회에 꾸
준히 비빔밥을 출품하고 있다.
그때부터 비빔밥의 해외수출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6년 우리의 전통
적인 비빔밥과 빵·술의 해외수출 규모는 8억 4,300만 달러였는데, 2010년에는
12억 4,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3,0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났을 만큼, 비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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