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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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세계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사기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의 역사를 기록
한 책이다. 우리가 사마천의 사기를 통독해야 하는 이유는 첫 번째, 사마천이 목
숨보다 더 치욕스러운 궁형을 인내하며 선비의 자존심과 맞바꾼 기록이기 때문
이다. 두 번째는 사마천과 ‘사기’는 참다운 인간성의 회복과 인간답게 살기를 희
망한 유가의 인(仁)사상을 그대로 실천한 역사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목숨을 걸고’ 그 역사책을 썼다. 사마천은 『보임안서』에서 “사람은
누구나 한번 죽는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
다. 이는 죽음을 이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했다. 이것이 사마
천의 생사관이다. 당시의 역사가란 요즘으로 치면 언론인이나 다름없었는데, 결
국 그는 충신으로서 입바른 말을 하다가 49세에 궁형(宮刑)을 자청했다. 그래서
사기는 거칠 것 없이 쓴 굴절 없는 역사의 기록인 것이다. 사기는 중국사 3천 년
을 다룬 최초의 통사이다. 그러나 사마천은 수천 년 중국의 역사를 정리하고 기
록하면서 때론 ‘정의(正義)로움’에 대해 의문(疑問)을 갖게 된다.
“내가 듣기로는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고 했는
데 진실로 그러한가?” 사마천은 왜 이런 의문을 가졌을까? 때론 이러한 역사적
현실 때문에 스스로 자괴감에 빠졌을 것이다.
사마천은 역사가로서 수많은 기록과 사건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춘추전국 시
대, 제자백가 시대를 살다간 수많은 황후장상(皇侯將相)과 당대의 논객, 지식인, 일
반 백성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각계각층의 인물들을 탐구하고 삶을 재
조명하면서 그들로부터 생생한 교훈을 얻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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