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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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새사람이라야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가장 으뜸인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이 전한 예수의 가르침은, 공유의 정신과 참여의 문화를 가진 한국의
전통사상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새사람이 아닌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은 위선이고 거짓이다. 아무리
사회에 몇천억의 재산을 기부하고, 어깨띠 두르고 사회봉사하는 사진을 찍은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새사람이 바로 신인간(新人間)이다. 시인 김지하는 신인간을 홍익인간이라 표
현했다. 홍익인간들이 많이 사는 한국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시스템(SNS)이
탄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SNS는 사람과 사람간의 만남이다. 디지털 시
대의 총아라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아이러
브스쿨(iloveschool)’을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태진아가 사람은 우선 만나야 한다고 노래한 것처럼 한국은 사람이 서로 만나
소통하는 ‘사랑의 SNS’를 만들어냈다. 옛사람에 의한 옛사랑이 아닌, 새사람에
의한 새 사랑이 나올 수 있었던 홍익인간 사상이 1945년 해방 후 기독교를 적극
지원했던 미 군정청과 이승만 정권에 의해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으로 선포됐던
결과다.
예수가 반체제 인물로 몰리고 결국 십자가에서 죽어야 했던 이유는 ‘새사람’
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기존의 보복적 유대 율법을
추종한 이스라엘 기득권층이, 사랑을 강조한 예수에 의해 ‘옛사람’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극한적 표현이 “오른쪽 뺨을 맞으
면 왼쪽 뺨까지 내놓으라”는, 그래서 “원수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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