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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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했다. 나는 세상이 혼돈하고, 내 마음에 사랑이 식을 때면 그의 말씀을 통해
사랑의 불씨를 지핀다. 다음과 같은 말씀이다.
“모든 괴로움은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로 인해 온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
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마음이 그곳에 딱 머물러 집착하
게 되면 그때부터 분별의 괴로움은 시작된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미움이 오면 미워하되 머무는 바 없이 해야 한다. 인
연 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 따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집착만은 놓아야 한
다. 이것이 인연은 받아들이고, 집착은 놓는 수행자의 걸림 없는 삶이다. 사랑도
미움도 놓아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수행자의 길이다.”
물론 나 같은 필부가 어찌 법정 스님과 같은 높은 정신세계에 근접이라도 할
것인가.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
는 안 된다”는 말씀을 눈으로는 이해해도, 과연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
문이다.
역사는 돈과 권력을 좇아 수많은 정변을 낳았고, 도처에서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법정 스님의 말씀대로 집착 때문이다. 돈과 권력을 지나치게 사랑
하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살육이 같은 민족 간에도 벌어지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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