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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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운 한자어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귀태(鬼胎)라는 단어다. 귀신 귀(鬼), 아
이 밸 태(胎) 자를 쓰는데, 본래의 뜻은 ‘귀신에게서 태어난 아이’ 또는 ‘불구의 태
아를 임신하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차기 정권을 노린 ‘집념’이 아닌 ‘과욕’
을 드러낸 말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마치 납량특집의 괴기 영화를 보는 듯 섬뜩했다.
더군다나 그 말을 국가원수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했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좋고 싫음을 떠나 결코 입에 담지 말았어야 할 말이
다.
보도에 의하면 그 ‘저주의 말’의 ‘표현자’는 모 야당의 대변인이다. 그는 7월
11일 국회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란 책의 내용을 인용해 “책에 귀
태(鬼胎)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이
라며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아베 총리)이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귀태(鬼
胎)의 후손들인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행보가 유사한 면이 있다”며 “아
베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고 박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결국 그 대변인은 비난 여론에 밀려 사퇴했다. 하지만 “칼에 베인 상처는 시간
이 지나면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다”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각인시키고야 말았다.
정권획득이 정치인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그런 막말을 하면서까지 정권과 권
력이 갖고 싶은 것일까. ‘무소유(無所有)’를 가르친 법정 스님은 ‘미움도 사랑도’라
는 글에서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며 진정한 사랑을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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