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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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으로 묶어두고 싶은 심정, 즉 사랑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집착이 있다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헛된 집착으로 변해버린 그런 사랑을 갈애(渴愛)라고 표현하
고 있다. 그것은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사람이 갈증에 시달리다 못해 바닷물을
마셔버린 상태다. 바닷물은 결코 갈증을 치료하지 못한다. 오히려 더 큰 갈증으
로 이어져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말라”고 한다. 그 반면 기독교에는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마저 내놓으라”며, “원수도 사랑하라”는 지독한 사
랑을 말한다. 그러나 그 두 말은 극과 극이지만 같다. 진리에 이르는 길은 다르
지만 결국 정상에 이르고 보면 같은 가르침이었다. 법정 스님의 길상사 개원식
에 김수환 추기경이 축사를 한 것이나, 크리스마스 때 조계종 사찰에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 것은 바로 두 종단의 ‘지극한 사랑’
이 결국 같은 논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홍익인본주의 역시 같다.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하라는 우
리 조상대대로의 가르침이 바로 사랑이었다. 갈애(渴愛)하지 말라는 것, 또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것이 바로 홍익인간 정신이다.
나는 지금까지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사랑도 미움도 놓아버리고 무소의 뿔처
럼 묵묵히(혼자서) 가는 ‘섬김이’의 길을 걷고자 한다. 그것이 비즈니스에서 더
많은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 먼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큰 생각으로 상대를 가엽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언제나 자
신 있게 행동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자비와 사랑은 본래 하나이다.
(2013.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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