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8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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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상적인 부부나 자녀라면 천륜을 저버리고 자신의 가정을 포기할 수
없듯이, 정상적인 경영인이라면 소비자나 구성원들과 약속한 사업을 결코 포기
할 수는 없다. 안 그래도 세상은 치열한 싸움이 매일 벌어지는 전쟁터와 같다.
그 전쟁의 중심에서 총칼을 들고 싸우는 군사들은 어느 한 가정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들이고, 그 가장들의 힘을 결집시켜야 하는 기업과 기업인이 함께 존
재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건강한 부부와 같은 ‘한 몸 한 뜻’의 전의(戰意)다.
이것은 세상과 싸우기 위해 일심동체를 이루는 유기적 결합을 의미한다. 따라서
옛날부터 전쟁에 나서는 군사 전략가들은 ‘환경에 대한 인식’과 ‘사람의 화합’을
매우 중시했다. 천시(天時)는 불여지리(不如地利)요, 지리(地利)는 불여인화(不如人和)라
는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즉 “하늘의 시기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
움은 사람의 화합(和合)만 못하다”라는 맹자의 가르침이다.
맹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는 물론 고대 동아시아는 생존을 위해 제후국들 간
의 전쟁이 수없이 벌어졌다. 따라서 군사 전략가들은 적을 이기기 위해 하늘의
뜻을 살폈고, 견고한 성을 쌓거나 험준한 자연을 방패로 삼는 지형지물을 활용
했다. “동남풍아 불어라”고 하늘에 제를 올리는 것은 천시(天時)를 살피는 것이었
으며, 산골짜기로 적을 유인해 매복한 군사들로 하여금 무찌르게 하는 것은 지
리(地利)를 활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람과 사람이 힘을 합치는 화합(和合)에는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사람의 인생이나 가정경제도 마찬가지의 원리
다. 막연히 하늘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성실히 일하여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이 낫다. 또 그가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보다는 모든 사람과 사랑하고 화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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