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3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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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축구 후진국 한국이 16강에 진출한다니, 히딩크가

                ‘뻥’을 쳐도 너무 큰 ‘뻥’을 쳤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히딩크는 보란 듯이 해냈다. 꿈의 ‘1승’을 달성한 것은 물론, 목표로 제

                시한 ‘16강’도 달성했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팀은 16강을 넘어 8강으로, 8강을
                넘어 4강으로 도약했다.

                  히딩크는 무엇이 한국팀의 문제인지 간파하고 있었다. 그가 대표팀 훈련장에

                들고 나온 것은 기존의 격식 파괴였다. 그에겐 ‘리더 선수’도 없었고, ‘업라인 선

                수’도 없었다. 그는 “지금부터 당신들은 모두 똑같은 선수”라고 선언했다. 그때
                대표팀 ‘다운라인’ 박지성은 20살에 불과한 명지대 소속 대학생이었다. 맏형 ‘리

                더선수’ 황선홍은 은퇴할 나이인 33살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히딩크의 지시에 따라 언어부터 개혁했다. “지성아 이쪽으

                로…”, “선홍아 이쪽도 봐야지…”, 그들은 서로 그렇게 불렀다. 경기장에서만큼

                은 ‘야자타임’인 것이다. 처음엔 모두 어색해 했지만 갈수록 자연스럽게 받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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