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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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그것이 히딩크의 ‘자율축구’가 한국을 ‘기적의 팀’으로 올려놓은 힘이 되

               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계급을 의식해 ‘업라인’의 눈치를 보면 ‘다
               운라인’은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호칭을 파괴하는 기업도 늘어나

               고 있다. 대기업 SK텔레콤 역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다단

               계 구조에서 ‘홍길동 부장님’과 같은 호칭 대신 ‘홍길동 님’과 같이 직급을 파괴

               해 서로 ‘님’자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표팀 선수구성을 하면서 “기성용과 박주영은 한국 축

               구에 중요한 선수들이다.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역할을 했다. 지금 부진하다고

               해서 비난할 필요는 없다. 우리보다 그 선수들이 더 큰 고통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속팀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본인
               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한국 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본인들이 불안하고

               답답하겠지만 좀 더 여유를 갖고,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속팀에서 성

               실히 경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의

               말 속에는 이번에 대표팀 선발에서 ‘눈물로 제외시킨 1등 공신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고 제자리를 찾으면

               언제든지 대표팀으로 다시 부르겠다는 뜻”이다.

                 나는 9월 14일을 우리 기업의 ‘제2창업의 날’로 선언할 작정이다. 견지망월(見

               指忘月), 즉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으나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는’ 사업장 분위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천 년 기업으로 갈 수 없다는 위기의
               식 때문이다. 이를 결단하면서 나는 눈물을 머금고 몇몇 분을 대표선수 선발에





            204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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