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8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P. 208
를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위험을 최소화하고, 가치 있는 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집합시킬 수 있는 ‘집단지성’의 방법이 무엇일까가 궁금해진
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협동조합형 시스템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전통적인 협력적 삶의 형태
는 계와 품앗이와 같은 상부상조의 구조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현대적 의미의 첫 협동조합 시도는 20년 전인 1994년 5월 경기도
안성에서 연세대학교 의대생들과 지역주민들에 의해 탄생한 안성의료생활협동
조합을 들 수가 있다. 환자를 ‘돈’이 아닌 ‘사랑’, 의술(醫術)이 아닌 인술(仁術)로 치
료해달라는 외침이 “차라리 내 병을 내 손으로 치료하겠다.”는 소비자 주권선언
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병원 운영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환자
들이 힘을 모아 병원을 설립·운영함으로써 모든 조합원들이 병원운영의 주체
가 되는 시스템으로 현재까지 발전해오고 있다. 이 조합은 이후 1998년 3월 ‘미
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에 의한 지역화폐(LETS) 운동과 1999년 8월 소비
자생활협동조합법의 제정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소셜기업의 육성,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기존의 소
비자형 협동조합 일변도에서 벗어나 생산자형 협동조합의 도입을 2012년 12월
부터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운영할 수 있는 리더들의 자세와 의사결정 과정이 문제가
됐다. 여기에서도 결과적으로 ‘7인의 부자’가 등장한 것이다. 북미 최대의 밀 협
동조합인 캐나다의 휘트 풀(Wheat Pool)이 1996년 막을 내리게 된 것이 그 좋은 사
208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