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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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제외시켰다. 그 기간을 내년 4월까지로 정했다. 그들이 내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를 안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회사발전과 함께 할

                인재들임을 나는 잘 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취임 직후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고 실토했다. 당

                시 세계 경제는 저성장의 기미를 보이고, 국내 경제는 3저 호황 뒤의 어두움

                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그런데도 삼성 내부는 긴장감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1992년 여름부터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대로 가다가는 경쟁사들에 밀려 삼성 전체가 사그라질 것 같은 절박한 심

                정이었다. 그는 해외에서 사장단 회의를 잇달아 가진 끝에 변하지 못하면 살아

                남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삼성의 ‘신경영선언’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던 것이다.

                  이제 충청도 수안보의 고운리 계곡에도 가을이 시작된다. 가을의 수확은 봄에
                무엇을 심고, 여름에 어떻게 가꾸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도자는 최후의 5천

                결사대를 조직한 계백 장군의 심정으로, 고작 12척의 배를 끌고 나선 이순신 장

                군의 심정으로, 승리를 위해 마누라와 자식까지 전투에 참여시키는 결연한 심정

                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욕심을 위한 씨 뿌리기가 아닌 전체를 위한 결단이었다면, 모

                두를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진정성은 가을이 오면 충분히 증명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2013.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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