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9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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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 낫다.

                  바로 이것이 전쟁에서 이기는 길을 제시하는 핵심 키워드다. 인류 전쟁사(戰爭

                史)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으로 흔히 회자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
                나는 입체전(立體戰)이고, 다른 하나는 세력전(勢力戰)이다. 바둑으로 보면 입체전

                은 중원에서 대마(大魔)를 형성하는 일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입체전의

                정당성을 말해준다. 대신 세력전은 사귀 귀퉁이에서 삶의 근거지를 마련하고 중

                앙으로 진출하면 통어복(通魚腹)으로 이긴다는 전술이다.
                  중국이나 한국의 역대 왕조가 선택한 전술은 대부분 입체전이었다. 왕이 도성

                (중앙)을 지키고 전쟁터에 장군을 파견하여 싸우는 방식이다. 국가 조직과 힘을

                하나의 머리(왕)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배치시키는 전략이다. 현대전에서 나타

                난 입체전의 교과서적인 모습은 2차 대전 당시의 독일과 히틀러의 전략이었다.

                  반면 세력전은 왕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다. 몽골 유목
                민들이 채택한 방식이다. 왕은 한 명이고, 모든 전장(戰場)으로 갈 수 없기에 여러

                명에게 각 현장 지휘권을 인정하고, 그 지휘자들 간에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

                를 이루어 전쟁에 임하게 했다. 하나의 이념적 방향성이 전제되어야 하기에 이

                를 세력(勢力)이라고 말한다.
                  입체전 전술이 현대기업의 경영전략에 활용되어 나타난 조직이 바로 ‘주식회

                사’ 형이다. 그 대신 19세기 후반에 세력전 전술도 등장하게 됐는데, 그것이 바

                로 ‘협동조합’ 형이다. 사공이 한 사람인 주식회사 형은 현대 자본주의의 전형적

                인 모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이병철의 삼성그룹이나 정주영의 현

                대그룹, 구인회의 LG그룹, 최종건(최종현)의 SK그룹이 모두 주식회사 형태였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물론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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