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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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한 천문도를 작성하고, 그 수많은 별자리와 천체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1395
년에 기록한 국보 제228호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는 현존하는 세
계 최고의 천문도다.
현대과학으로 보아도 그 정확성에 놀란다고 하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글자
그대로 ‘천체(天體)의 현상을 차(次)와 분야(分野)에 따라 열(列)하여 그린 그림을 천
문도’란 뜻이라고 한다. 나각순(서울시사편찬위 연구 간사)이 쓴 『서울문화유산 둘러
보기』를 보면, 여기서 차(次)란 태양의 궤도인 황도(黃道) 부근의 하늘을 12 등분
하여 표현했다는 의미를 지니며 분야(分野)란 하늘의 별자리인 성수(星宿)들과 중
국 춘추전국시대의 주국(州國)들과 짝을 지은 이름을 말한다. 즉, 하늘의 별들을
12차(次) 및 분야(分野)에 따라서 그려놓은 천문도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별자리를 그냥 눈으로 본 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혜안을 가지고
보았다. 우리 선조들의 천문법은 인간과 천체는 하나라는 철학에 근거한 연구였
다. 즉 천지인 합일사상 또는 인간은 소우주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사상이 바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인간 행복의 이념인 홍익인본주의다.
홍익인본주의를 볼 수 있고 맛보는 자리가 바로 새해 설날이다. 우리 민족은
설음식을 세찬(歲饌)이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서로 나눠 먹는 전통을 이어왔다.
잘사는 사람은 잘사는 대로, 못사는 사람은 못사는 대로 각자 자신의 형편에 따
라 음식을 만들어 조상들께 차례를 올렸고, 이웃끼리 나누었으며, 세배 온 사람
을 대접했다.
소우주인 인간이 차례상을 차리는데도 대우주인 음양오행의 원리를 따랐다.
그래서 세찬, 즉 설음식은 보기에도 좋았다. 그 세찬을 올리기 위해 조상 신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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