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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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 하늘의 문을 열라
어제(2월 18일)가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리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였다. 우수
란 글자 그대로 ‘비와 물의 날’이다. 그 뜻은 겨울 내내 영하의 날씨에는 눈이 내
렸으나, 영상의 날씨가 시작되는 봄의 초입부터는 비가 내려 얼었던 대지를 적
시고 눈과 얼음을 녹여 온 세상에 물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동북아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바로 우수 때부터 농사가 시작되었다. 중국 한의
학의 교과서라는 본초강목(本草綱目)의 저자 이시진(李時珍)은 “우수 때 땅의 기운(지
기·地氣)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하늘의 기운(천기·天氣)은 내려와 비가 된
다. 사람에게 있어 땀은 천지의 비와 같다”고 했다. 우수 때부터 온 하늘과 온 땅
이 어우러져 세상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는 의미니 당연히 농부들은 논과 밭
으로 나가 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학유(丁學游, 1786~1855)가 1816년에 지은 노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정월
령을 보자. 정학유는 바로 목민심서(牧民心書)의 저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둘
째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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