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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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상처를 더 크게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그 뜻이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장 큰

                근본이 되는 중요한 일이 농사고, 그것이 바로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아는 농업
                이라고 했다면 약초재배에서 분명 하늘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같은 과업이 바로 내가 생각한 성업(聖業)이었다. 우선 약초 농사를 근거로

                ‘하늘의 땅의 이치’에 따라 성품(聖品)을 만들어 불법 다단계판매에 다친 사람들

                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하늘의 문을 여는 개천(開天)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홍익인본주의의 이념이었다.

                  결국 “일 년 풍흉(豊凶)은 미리 알지 못하여도 있는 정성 다 하면 하늘 재앙 벗

                어나니 모두 모두 노력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는 정약용의 농가월령가 가사가

                당시 내가 약초재배에서 찾은 참 진리였다. 또 “내일 서쪽 밭으로 나가 밭을 갈

                겠다”는 도연명의 장유사어서주(將有事於西疇)는 그 실천방안이 되었다.
                  이제 우수가 지났다. 봄기운이 온 천지를 뒤엎고 얼었던 땅에 새 생명이 터를

                잡는 것이 하늘의 이치다. 바로 이때가 홍익인본주의의 씨를, 손에 손을 잡고 함

                께 어울려 사는 상생의 씨를 대지에 뿌릴 차례다. 기독교(마태복음, 누가복음)에서는

                가을 추수기에 알곡은 곳간에 저장되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진다고
                했다. 우리 전통사상에서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이라 하여 모든 천지 만물이 가을

                에는 반드시 근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렇다. 이 봄에 뿌리는 우리 가슴의 씨

                앗은 분명 가을에 풍성한 열매가 되어 하늘의 문을 여는 개천의 열쇠가 될 수 있

                을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도 가을 추수기를 대비해 경제민주화라

                는 상생과 공존을 씨앗을 잘 뿌리고 잘 가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3.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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