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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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은 이른 봄이니 입춘 우수 절기로다.
산속 깊은 골짜기에 눈과 얼음 남았으나 평야 마을 넓은 들은 풍경이 바뀌도다.
어와! 우리 임금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겨 농사에 힘쓰라는
간절한 교서를 온 나라에 널리 펴니
슬프다! 농부들아 아무리 무지(無知)하다 해서 네 몸을 돌본다고 임금 뜻을 어
길쏘냐.
논과 밭을 서로 나눠 있는 힘을 다하리라
일 년 풍흉(豊凶)은 미리 알지 못하여도 있는 정성 다하면 하늘 재앙 벗어나니
모두 모두 노력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끝 구절에도 나오듯이 사람이 잘살고 못사는 인생살이 풍년과 흉년이야 미리
알 수 없다 해도, 자기 일에 정성을 다하면 하늘의 재앙을 벗어날 수 있다고 가
르치는 것이 바로 농사였다. 씨앗은 땅에 심어도 그 결과는 하늘의 뜻이었으니,
결국 농업은 인간이 땅과 하늘과 나누는 대화이자 삶 자체였다.
내가 2009년에 불법다단계추방 시민운동을 정리하면서 귀농을 결심하고 충
청도 수안보로 내려가 땅에 고하고 하늘에 절한 것은 인간 세상사를 잠시 떠나
이젠 땅과 하늘에 충실하고자 하는 귀거래사(歸去來辭)였다.
歸去來兮(귀거래혜) 나 돌아왔도다!
世與我而相違(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인연을 끊었으니
復駕言兮焉求(복가언혜언구) 다시 벼슬길 나가 무얼 구할 게 있겠는가.
悅親戚之情話(열친척지정화) 친지들과 정담 나누며 즐거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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